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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정구 Jul 23. 2023

내이름이박힌책한권

아주오랜만이다

아주 오랜만이다. 이런 고요함 속에 스며드는 거...

근 한 달 동안 안갯속에 살았다. 습하고 눅눅한 제주도 중산간 지대에서의 네 번째 장마


파란 하늘은 눈부신 햇살은 모두 자욱한 안갯속에 늘 묻혀버렸다.


어제 이 시간 내렸던 굵은 빗줄기의 많은 비는 옥상 화단에 스며 여전히 우수관을 따라 뚝뚝 또는 줄줄 흘러내린다.


여전히 변한 건 없다. 여전히 변할 수 없나 보다. 내가 변하지 않듯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일꺼리들도 쉽사리 변하지 못했다.


내가 잘 하는 건 늘 쉽고 편하지만 내가 어려운 건 다른 이들도 낯설고 어렵나 보다. 관리 인력. 기술인력. 기능인력 필요한 3가지 중에 1가지 기술인력은 쉽사리 채워지지 않는다.


야간근무자의 연차로 결원이 된 근무 자리를 대신하러 나왔다. 밤 0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이 시간은 지금처럼 늘 고요하다.

①어디를 스쳐지나는 지 모를 저 먼 곳 어딘가에서부터 간간이 들리는 쐐~한 바람 소리. ②바닥에 떨어지는 빗물 소리. ③찌르찌르도 아니고 찌찌르도 아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풀벌레 소리 ④그리고 작은 소리의 꾸악 꾸악 같은 깨구리 소리에 ⑤오늘은 침묵의 자욱한 안개까지 더해져 있다.


오만가지 생각 중 나는 지금 이만가지 생각을 하며 지금의 생각을 글로 옮기고 있다. 카톡에 생일인 친구 목록에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풋풋했던 그 사람!


직접 소식을 전하지는 않지만 카톡에 올려진 사진의 모습은 여전히 당당하고 멋있고 젊어 보였다. 참 보기 좋았다. 누구보다 멋지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나도 그렇게 살려고 매 순간에 진심을 다한다. 언제 어느 순간 스쳐가는 바람처럼 떠나도 전혀 한 톨의 티끌 같은 미련도 없게 흔적도 없게 홀연히 떠나려 함이다.


아주 오랜만이다. 이런 고요함이 다시 내 맘에 스미는 것.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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