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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정구 Sep 03. 2023

내이름이박힌책한권

삼가 故人의 冥福을 빕니다

오늘 아침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서울을 떠나 첫 객지 생활을 시작했던 10년 전 나는 전북 김제에 어느 큰 목장에 목장장이란 타이틀로 생전 처음 소를 키우는 일을 했었다. 그 당시 목장의 낡은 시설을 개보수할 때 그 지역에서 만났던 동갑의 지인의 부고 소식이었다.


축사 바닥을 파고 배수 배관을 묻는 작업 중이었는데 당시 포클레인은 1대였고, 그때 포클레인은 저쪽에서 큰 구덩이를 파고 있었는데 일하러 온 다른 사림들은 모두 포클레인이 와서 땅을 파주길 기다리며 서 있었을 때 그때 최○○씨는 삽을 들고 혼자 땅을 파며 배관 묻는 작업을 했었다.

일하러 왔으니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며, 딱히 깊게 땅을 파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 그냥 삽으로 파서 한다 하였다.


이후 나는 최○○씨를 작업반장으로 채용하여 축사 공사를 마쳤다. 그때 우린 서로 동갑임을 알게 되었고, 최○○씨는  손재주가 좋았고, 또 축사 개보수에 필요한 용접 작업 및 다양한 기술과 기능 및 성실함과 근면함을 갖춘 이유로 이곳저곳 축사 개보수 작업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한 번은 하루하루 여기저기 일하러 다니지 말고 같이 이곳 목장에서 일하자고 내가 먼저 제안하기도 했었는데 부지런히 벌어서 본인의 목장을 꾸릴 것이란 말을 듣곤 조만간에 꼭 그렇게 될 거라 서로 이야기했었다.


그렇게 3년 가까이 그곳에 머물다 광양으로 갔었고 그렇게 3년을 머물고 다시 이곳 제주 서귀포에 왔다.


그렇게 잊고 지냈던 최○○씨

뜨거운 여름날 뙤약볕에서 일하는 게 일상이라 얼굴이 까맣게 타버렸지만 누구보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던 그 모습이 참 좋았는데 다시 만날 인연은 아니었다 해도 동갑의 나이에 고인이 되었다는 부고 소식에 하루종일 아쉬움이 마음에 맴돌았다.


살다가 떠나면 그 흔적 남지 않겠지만

먼저 떠난 그에게.

직접 문상하지는 못하지만 멀리서나마


삼가 故人의 冥福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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