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저분한 아빠의 응원
오래간만에 - 큰 한파가 몰아친 오늘 - 멀어진 그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고등학교 3학년 졸업을 앞둔 큰애가 첫직장에 출근을 했다는 카톡이였다. 서울떠난지 이제 몇년째인지도 제대로 헤아릴 수 없을만큼 그리움이 켜켜히 쌓인 지금 1년에 두어번 얼굴보고 그냥 잘 지내기만을 비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초라한 날들속에 한편으론 마음 따뜻한 한편으론 서걱서걱한 소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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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제부터 출근하는데
본사는 서초동이고 평택에 공장있는곳이야
○○○라고 규모는 제법 큰거같아
병특 받을수있고 나중에 재직자전형으로 진학도 할수있는데
수습기간이 4개월이고 평택에서 근무해야 병특받을수 있는것같아
어제 갔다와서 안가겠다고 하는데
내가 억지로 보냈어
맘에 안들면 그만둬도 된다는생각은 좀 곤란한거 같아서...
아침부터 싫은소리해서 보냈더니 맘이 편하지가 않네..
○○인 책임감도 있고 의지도 강한편인줄알았는데
별수없는 '요즘애들'인건가...
맘이 답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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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이한테 문자하려면 맘 약해지는 소리는 안했으면 좋겠어
언제까지 우리가 모든걸 해결해줄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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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고 어디 좋아서 등떠밀었을까.
~아들이라고 몰라서 가지않는다고 했을까
~왜 가지않으려했는지 듣고 한번 더 고민해 봤으면 하는 생각속에
난 이렇게 답신을 보낼 뿐 ~하루가 참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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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항상 그 선택권자의 몫이니 내가 뭐라고 할수는 없지.
누구나 부모마음 그렇듯
항상 좋은 꽃길만 가길 간절히 바라지만
그길이 꽃길인지 흙길인지
그건 그 길을 가는 본인만 아니까...
무한히 축하해해주고
어깨 토닥여줘서 보냈다는 말들었으면 좀 더 좋았을 것을...
난 어떻게 뭘 준비하는지조차 몰랐으니
이제와서 뭔 말을 할 처지가 안되잖아.
처음이라 많이 불안하고 초조하고
어리둥절할텐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나도 어제는 맘이 심숭생숭하고
일들이 잔잔하게 불편하고 잔잔하게 삐걱삐걱해서
뭔 일있나 했었는데...
아무튼 시작했으니 좋은 길로 만들어가야지...저녁에 오면 맛난거라도 사주고
필요한거 있으면 사줘.
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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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회사인지
어떤 마음으로 선택을 했는지
첫날 무엇이 불편했는지 모든게 궁금하고 알고싶었지만 아무것도 모르기에 미안하고 답답한 마음에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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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축하해.
아빤 변함없이 네 선택의 길을 응원하고 지원해.
처음이라 낯설고 어색하고 불편하고 그럴꺼야.
뭘 해야할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뭘 시킬지도 모르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도 모르니
총체적 어려움이 바로 지금일지도 몰라.
근데 지나고 보면 ... 아무것도 모른다는게 당연한 거였는데. 내가 뭘 할 줄 알아야한다는게 어찌 보면 넌센스인지도 몰라.
뭔가를 시키겠지. 처음엔 시키는 일을 정확히 듣고 시키는 일을 정확히 하면돼. 그렇게 한가지씩 한가지씩 배워가는 거야.
아빤 지난번에 너의 꿈. 목표에 대해 듣고 너무 기뻤어. 게획이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좋았어.
너무 어려워말고 한번 경험해보렴.
세상엔 경험보다 더 효과적인 공부방법. 깨달음은 없거던.
고맙고.
축하해. 진심으로
너의 첫 출근소식을 들으니...마치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그 순간처럼 설레네.
너무 길었다...
차분히 하렴. 그럼 너의 능력이 발휘될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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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마침 내가 일하는 곳에서 무심히 바라본 바다에 놓인 대교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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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사진에 다리처럼 건너가기위한
네가 원하는곳에 다다르기위한 과정인거같아
넓은 바다를 헤엄쳐 건널수도 있지만
바다를 가로질러 놓여진 대교에
자동차를 타고 건너가는 저 사람들처럼
너의 지금이 그런거 같다는 생각을 해.
좋은 하루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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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낸 문자메세지에 아들로부터 오후 늦게 짧은 회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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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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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 오늘 회사생활한다고
무지하게 많이 힘들었을텐데...날씨도 춥고...
쉽진않지.
학교랑 다르게 돈받고 내 노동 또는 지식을 파는 일이라
많이 다르꺼야...
근데 금방 적응될꺼야.
학교생활 잘 하면 사회생활도 잘 하게 돼 있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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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좀 많이 힘들었는데 오늘은 괜찮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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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학교랑 회사랑 다른 부분이 분명있지만
같은 영역일지도 몰라.
그리고,
이제 갓 입사한 직원에게 큰 걸 바라는 회사도 없을뿐더러
앞으로 어떤 일을 맡겨야할지
윗분들이 잘 살펴보고
맡긴 일 주어진 일을 잘 처리할 인재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의욕만 앞서서 막 뭐를 할려고 하는것도
두려움에 젖어 처음해보는 일이라 안절부절 못하는것도
별로 보기좋지는 않아
분명 네게 맞는 일을 시키기전에
충분히 보여주던지, 보게하던지 아무튼 시간을 줄거야.
어디나 다...그렇게 시작해.
먼저 잘 보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큰 그림을 그리고
그리고,
그 일이 내게 주어졌을때 침착하게 차근차근 하렴.
하다가 모르겠거나 생각나지않으면
예측해서 예단해서 하지말고
"봤는데 잘 기억이 나지않습니다."
"한번 만 더 보여주세요". "알려주세요"
그렇게 이야기하렴.
모르는 걸 아는 것처럼 하는 것보다
모르는 걸 배우려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니까.
그렇다고 고문관처럼 몇 번을 알려줘도 모르겠다 모르겠다 알려주세요. 알려주세요 그러면 안되지만...
처음 경험하는 일이고,
한번봐서 알 것 같으면 경험자가 왜 필요하고 전문가가 왜 있고 능숙자가 있을 수 없잖아...
침착하게...하나씩 하면 돼.
서두르지않고...
처음엔 정확히 배우는게 무엇보다 중요해.
대충 얼렁뚱땅 겉만 아는것보다
사회생활이란 직장생활이란
이해를 하고 몸으로 익히는 거야...
머리로 이해하고 몸으로 익숙해지는 경우가 많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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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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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처음엔 뭘 이것저것 시키지않는게 당연한거야.
아는게 있어야 시키지...
"그냥 보세요..." "하루종일 보세요...."라고 해도 그게 맞는 거야.
근데 또 뭘 알아야 보지.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 있잖아.
처음엔 아무것도 안보여. 뭐가 그리 다들 빠쁜지...왔다갔다 전화받고 뭘 쓰고 만들고 회의하고...
다들 그렇게 시작해.
그기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도 처음 첫회사 첫출근때는 다 그런 시간을 가졌을꺼야...
처음엔 너도 멍하니 보고
그 다음날에는 관심가는 한가지만이라도 자세히 집중해서 보려하고
그 다음날에도 또 관심가는 어떤 한가지를 더 관심가져보렴.
그러다보면 이해하기쉽고 이해되면서 몸에 익는거야.
어떻게 일을 가르쳐주는지 모르겠지만...
해보렴.
무조건 해보라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몇일 지나면 네가 흥미로워하는지도 돌아보고...
직장이란 틀안에 널 가둘수도 있지만
그 어떤 틀이 네게 맞는 틀인지도 중요하니까...
뭐던 아빠에게 물어볼 말이나 상황이 있으면 연락하고...
항상 응원할께...너의 편에서.
해줄 수 있는게 고작 이거뿐이라 미안하지만
우리 ○○이 늘 응원할께...멀리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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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아버지인 난 해줄 수 있는게 이런 너저분한 말뿐이라 마음이 고만고만하다. 대부분 많은 고 3학생들은 다들 방학이라 쉬고 머잖아 대학에 간다고 새로운 공부를 준비할텐데 난 어쩌다 학교 대신 직장에 먼저 보냈을까.
지난해 30일날 이야기들었다. 아들의 꿈.계획.목표에.대해서 그래서 하나뿐인 친구에게 자랑삼아 문자를 보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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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노...여전히 아프제.
나도 아프다.
허리는 다시 활처럼 휘어져 버렸고
여전히 기침 또 여전히 춥기도하고
근데 오늘은 기분이 좋다.
그래서 네게 자랑할라고. 자랑할데가 너밖에 없거던.
우리 ○○이 3년뒤에 컴퓨터공학과 간다고 선명하고 뚜렷한 목표을 내게 알려줬거던.
면접은 다니는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은가봐. 나도 생각이 있었던 것처럼 ○○이도 생각이 있었을텐데...
좀 부족한 아빠 형편고려해 당장은 못가지만 3년뒤에 간다하네.
미안하기도하고 아쉽기도하고 그렇지만
그동안 뭘 어떻게 하겠다 직접 말한 적은 없었어.
말했어도 내가 딱히 도와줄 수 있는게 없었지만...
오늘 내게 알려준 이야기에
《병역특례 회사쪽으로 가서 3년정도 일을하고 그 경력으로 재직자 전형으로 대학을 컴퓨터 공학쪽으로 가서 배우는게 목표임》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나도 3년동안 다시 적금부어서 1,000만원 모우는 목표를 세워.
그 돈 꼭 3년뒤 아들 대학갈 때 주고 싶어서
그래서 이제 다시 이것저것 줄여야겠지. 한달에 30만원 모우는게 장난 아니거던...
부럽지않니...너 아픈데 이런말해서 더 아프게 하겠지만
그래도, 오늘 지금은 기분이 아주 좋아!!
잘자라. 쪼매만 아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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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해보니 참 힘들다. 사는게 쉽지않다는 것이 새록새록 날마다 새롭게 새싹 돋듯 일어난다. 이런 삶에 어리고 마냥 어릴줄만 알았던 아들이 첫직장에 첫출근을 했다하는데 멀리 떨어진 외지에서 상상만하니 ... 내 삶도 과히 아름답지만은 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