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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정구 Feb 12. 2024

내이름이박힌책한권

웃음소리. 바람소리. 울음소리.

결국은 모두 한 가지였다.

고향 집에 3일 머물다 왔다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서로 간의 이야기는 엄마도 나도 동생도 마음속에 담아둔 채, 그냥 같은 공간에 머물며 서로가 서로에게 해줄 수 없었던 것들, 지금도 해줄 수 없는 것들에 마음만 안타까워할 뿐 아무도 표 내지 않았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내내 서로의 공간에서 지켜볼 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을 우리는 서로 표현할 수 없었고 그냥 그저 지켜봐 주고 믿어주는 응원하는 마음조차 입 밖에 내지 못했다.


평생 먹고사는 일에 매달려 일만 한 엄마의 삶을 알기에 그 삶이 쉽지 않음을 경험한 엄마는 그 삶을 살아가는 자식들이 안쓰럽고, 안락한 삶과 달리 나도 동생도  먹고사는 일에 매달려 살아가다 보니 좋은 것도 알고 더 좋은 것도 알지만 당장 그 무엇 하나 서로에게 (넉넉히) 해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어떤 말부터 해야 하는지 서로 낯설어 늘 우리는 조용하다.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은 쉽게 입 밖으로 내뱉어지지 않는다.


마음에만 담아둔 웃음소리는 바람처럼 맴돌다 결국 마음에서 울음소리가 되곤 한다. 그저 이 순간이 서로에게 안타까울 뿐이다. 오로지 열심히 살면 잘 살아지는 줄 알고 보낸 지난 시간들이 멈추어진 시계처럼 딱 멈추어버린 침묵의 시간이었다. '오이야'... '혼자라도 밥은 챙겨 먹어라'. '엄마에게 돈 보내려 애쓰지 말고' 서로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매번 「나는 괜찮다」로 끝이 난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기에 우리는 늘 혼자 웃음 대신 울음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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