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 먹도록 나는 뭘 한 건가? 여기서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뭐 하나 딱히 내세울 것도 가진 것도 없는 나는 불쑥 들이닥친 초라한 내 모습에 무엇이 맞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동안 주체할 수 없는 방황에 휩쓸린다. 그래서 늘 하루 먼저 일터로 돌아와 방구석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폐인마냥 잠만 잔다. 그리곤 다음날 일터로 나가 며칠 빈 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정신을 쏟아붓고서야 겨우 병을 이기고 연휴 전의 나로 조금씩 돌아온다. 오늘부터 일을 시작했지만 나에게는 언제나처럼 시간이 필요했다.
노래를 듣는다.
<혼자가 아닌 나>
•힘이 들 땐 하늘을 봐. 너는 항상 혼자가 아니야.
•눈물 나게 아픈 날엔 크게 한 번만 소리를 질러 봐.
•앞만 보고 걸어갈게.
오후에 돌 틈에 새싹을 봤다. '나도 다시 너처럼 시작해야겠구나' 새싹에게 이야기했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이지만 일은 때론 나 자신이 그나마 가치 있구나 하는 마음에 위로를 준다. 그 일이 고달픈 일이건 하찮은 일이건 내게 주어진 일에 빠져 나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난 뒤 느끼는 희열은 나의 만족이다.
슬프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방향을 잃기도 하지만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얍삽하지 않게 살아왔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며 차카게 살아왔다. 비록 많이 넉넉히 여유롭게 풍족하게 가지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늘 이렇게 살고 있겠지만 어차피 이번 생은 이렇게 살다 가면 되니 욕심내지 말고 남 탓하지 말고 지금껏 그래왔듯이 좋게 좋은 맘으로 돌 틈에 돋아난 새싹처럼 다시 봄을 맞이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