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세상이 무섭다
나는 매일 무섭다. 매일 연이어 전해지는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의 꺼지지 않는 산불 소식과 뉴스에 나오는 책임회피 공방.
내 삶과 직접적 상관은 없지만 난 지금의 세상이 너무 무섭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갈등과 대립의 양상이 계속되는 게 무섭다. 이젠 세상 누구라도 절대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 힘이 있건 없건 간에 잘못의 여부는 무조건 부정하고 감추고 피해자인 양 남 탓만 한다. 너도 나도 모두 다 자기주장만 옳다. 남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자기만 살면 되는 양 옳다는 것의 기준이 없다.
분명 세상은 옳은 방향으로 흘러감을 안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남도 그리고 세상의 모든 만물의 소중함을 알면 좋겠지만 지금 삶은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죄인의 낙인이 찍힌다. 잘못의 경중은 둘째치고 모든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한다. 무조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만이 지금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인듯하다.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 나만 살아남으려는 부류들끼리 거대한 조직이 되어 자기중심적인 사고 외엔 타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필요 없다. 나만 살면 된다. 나만 가지면 되니 나를 위해선 남을 짓밟거나 뒤집어 씌워서라도 나만 빠져나가면 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이 무섭다. 나를 희생하는 건 병신 같은 짓이다. 정의를 부르짖고, 공익을 앞세우는 건 이 사회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비가 내린다.
이 작은 비라도 제발 경상도로 가서 산불이 꺼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연일 계속되는 자기주장만 옳고, 자기만 잘난 사람들의 세상에서 나는 너무 무섭다. 잘못을 책임 지우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 속에서 변화의 싹을 틔워 모두가 우러러보는 가치관이 우선시 되어지길 바라지만 오늘도 세상엔 남 탓만 가득하다.
자기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 스스로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걸까. 세상이 무섭다. 너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