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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이박힌책한권

경품추첨현장에서 느끼다

by 허정구

제주도에 실면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처음 봤다. 어느 한 마트의 OPEN 경품 추첨 현장에 나도 있었다.

1등 행운권 추첨 금액은 5,000,000만 원

2등 100만 원 2명

3등 50만 원 4명

4등 10만 원 10명

당첨 조건은 현장에 있는 분에 限 하여 당첨 인정!


몇 명이나 될까. 1000명. 1500명. 2000명

가늠할 수 없는 인근 지역의 많은 분들이 이 자리에 모여 모두 모두 간절히 본인의 1등 당첨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이름과 핸드폰 번호 끝 4자리」가 단상에 사회자에게서 불려지고, 보드판에는 모두가 볼 수 있게끔 이름을 큼지막하게 써 모인 대중들에게 보여줬다.


처음에는 행운권 추첨 10명(상품은 휴지 1묶음)이었고, 연신 불려지는 행운권의 당첨자는 있는 분보다 없는 분이 더 많았다. 이렇게나 많은 분이 모였음에도

두 번째 상품은 마트의 상호가 붙여진○○○상. 상품은 쌀 10kg. 약간은 지루하게 각각의 10명을 찾는데... 아마 50명 도 넘게 불려진 것 같다.


근 40여 분이 지난 뒤에야 본상인 현금 추첨이 시작되었다. 10만 원부터 좀 전의 행운상과 다른 긴장감이 흘렀고, 50만 원이 되면서 한 장 한 장 행운권이 뽑혀 이름이 호명될 때 적막한 긴장감이 흘렀다.


간간이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이 호명되어져 축하 박수 속에 아쉬운 탄성과 또 새로운 기대감이 동시에 추첨 현장에 가득히 고이곤 했다.


나조차도 두 번 아찔한 아드레날린의 순간을 경험했다. 한 번은 9025 내 핸드폰 번호가 불려질 때였고 또 한 번은 허정□이라는 이름이 호명될 때였다.

핸드폰 끝자리는 맞았지만 이름은 전혀 다른 분이었고, 허정○ 까지는 맞았지만 허정구는 아니었다.


최종 1등 당첨자는 첫 번째는 뽑혀진 행운권에 호명된 분은 없었고, 두 번째 역시 없었다. 세 번째는 누군가 번쩍 손을 들고 소리쳤고, 2명이나 나왔는데 모두 동명이인이었고 당첨권에 기재된 핸드폰 번호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1등이 확정 종료 순간 흩어지는 인원들은 기적같이 되살아난 기대감으로 다시 똘똘 뭉친 채 4번째... 없었고 다섯 번째 없었고 여섯 번째 추첨권에서 추첨이 확정되었다.

4번째부터였던가 사회자가 먼저 이름을 호명하지 않고 성만 공개했는데... 차 씨입니다. 원 씨입니다. 할 때 순간 아쉬움의 탄성과 숨죽인 기대감은 최고조에 올랐던 거 같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당첨되지 않았지만 약 1시간 10분 남짓 진행된 추첨의 현장에 머물며 잃어버리고, 잊고 살았던 일상생활 속에 기대감과 흥분감 그리고 짜릿한 집중을 경험했다. 뭔가에 빠져 덩달아 함께 극점으로 향하는 나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쾌감 같은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파도에 물을 맡긴 배처럼 파도의 너울을 느끼며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과 힘께 있었다.


그 많던 분들은 채 1분도 지나자 않아 모두 소리 없이 흩어졌다.


추첨 현장에 가득했던 긴장감과 기대감을 기억한다. 행사기간 한 달 동안 3만 원 이상 구매자에게 주어져 이름과 핸드폰 번호가 기재된 행운권들은 한 장 한 장 모여 수북하게 쌓인 추첨통에서 누군가의 손에 의해 낚여져 한 장 힌 장 추첨권이 확정이 될 때마다 나도,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자기의 이름을 맘속으로 목놓아 부르고 있었을게다.



한 번도 이런 자리에 직접 와 경험해 본 적은 없었지만 오늘 처음 행운권 추첨 현장에 직접 추첨 대상의 한 명으로 참석해 보니 쫀쫀했다. 늘 내가 행운의 1등 당첨자이길 바라지만 그 1등은 대부분 내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돌아간 그 행운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가길 바라기도 한다. 매주 Lotto를 사면서 매주 1등을 기대한다. 나도 그리고 Ltto를 산 모두가... 그렇게 나도 누군가는 1등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살아간다.


행운이라는 것이 있을지 행운조차도 내 삶에 정해진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난 그 1등 당첨의 운명을, 행운을 늘 품고 산다.


좋았다!

동네 작은 마트의 현금 행운권 행사였지만 그곳 현장에서 느꼈던 모든 사람들의 긴장과 기대감이 참 좋았다.


행운이 찾아왔지만 그 현장에 없었기에 그냥 허공에 울림으로 사라져 버린 행운처럼 「행운조차 각 개인의 절실한 노력의 결실임을 확인하였다」


늘 항상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일 거다.

당장 오늘 일지 또 다른 오늘 일지 모르지만 내게도 분명 행운일지 운명일지 모르지만 1등의 당첨이 있음을 항상 품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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