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마음

by 허정구

나는 너의 마음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속마음을 모른다. 내 마음을 말로 글로 행동으로 표현하지만 이 또한 전부 드러내지는 않는다. 좋게 해석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때때로 포장. 가공하기도 한다.

그대가 어떤 마음인지 모르기에 늘 조심스럽고 늘 객관성을 유지하려 한다.


때론 이런 말도 듣는다. 잘 해준 걸 후회한다고. 이젠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고. 그냥 기본만 한다고.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난 뒤에 내뱉는 말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잘해준 것도 본인의 기준이고, 상처받은 것도 본인 기준에서의 평가인데 시작도 본인의 잣대로 호의라 평하며 베푼다 생각했고, 결과도 본인의 잣대로 본인이 상처받았다 결론한다.


상대방의 기준과 상대방의 마음은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가 베푸는 호의와 배려는 과연 누굴 위한 걸까. 결국은 나 좋자고 하면서도 상대방을 위한 듯 말한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주고받고 오고 가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 해도 그냥 그뿐이라 나는 생각한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과 표현은 나를 위한 것이지 상대방을 위한 건 아니니, 상대방의 마음을 모른 채 내 마음의 가준으로 평하지는 말아야겠다.


그냥 일터에서는 동료로 일을 하는 관계일 뿐이고, 친구라 함은 삶 중에 만난 그나마 마음이 맞는 그나마 가까운 사람일 뿐 '너무 마음을 줬네'. '내 마음을 몰라주네'. '그런 줄 몰랐네' 등등 이런 실 데 없는 소리는 하지 말이야겠다.


이젠 나도 똑같이 할 거라는 둥

절대 이젠 손해 보지 않겠다는 둥

나도 내 몫을 챙긴다는 둥 어처구니없는 말도 하지 않았으면...


처음부터 누군가에겐 나도 별반차이 없이 똑같이 했었고

손해를 끼쳤었고, 늘 내 몫을 알뜰히 챙기고 있었으니까...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르는 게 당연한 것처럼

나 역시 누구의 마음도 완전히 헤아리지 못한다.

그것이 가족이라 해도. 친구라 해도.


그냥 우리가 하는 행동. 표현. 말

이 모든 건 나를 위한 것이니 너를 위한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았으면...


저 숲에 뭐가 있는지 그 숲에 들어가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고, 설사 그 숲에 들어가 본다 해도 고작 눈에 보이는 것만 알뿐 저 너머에 뭐가 있는지는 또 가 봐야 아는 것처럼 우리는 절대 그대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 수 없다. 그냥 멀리서 보이는 숲을 보고 숲이구나 생각할 뿐이고, 때론 숲 속을 거닐며 여긴 이런 나무들이 있구나 알뿐 절대 전체 숲의 구성과 움직임을 알 수 없다.


마음은 숲과 같아서...


결국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나를 위한 것이지 남을 위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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