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죽음에 대한 생각

by 허정구

죽는다는 건 끝이라 생각하고
나 역시 죽는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 적도 있다.

근데 (오늘 아침) 문득 '죽는다는 건 어찌 보면 축복이거나 모두가 모르는 행운. 행복이 아닐까?' 란 전혀 반대의 생각이 들었다. 비유가 맞지 않겠지만 "닭날개를 먹으면 바람을 피운다"는 말과 "어두육미"... 닭날개가 맛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또는 몸통 살에 풍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머리와 꼬리를 강조하는 이유와 같이 죽음이란 죽는 순간 삶의 형벌이 끝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는 게 고통인, 사는 게 힘겨운, 사는 게 벌을 받는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면 세상은 새로운 행복을 찾기 위해 죽음을 쉽게 선택할 테니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혀 그 어떠한 죽음도 죽음 뒤 세계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게 차단된 채- "똥밭에 굴려도 이승이 낫다"거나 "죽으면 살아온 삶의 공과를 가려 지옥이나 천당에 간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을 이 세상에 널리 퍼뜨려 벌 받고 있는 우리의 삶이 그 형량이 채워지기까지 지속되게끔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럽게 죽는다는 거.
貴人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 영화 시작과 함께 첫 자막에 염라대왕의 貴人의 정의가 자막으로 써진다.
∙항상 남을 먼저 돕고 배려하는 정의로운 삶을 살았던 망자이거나,
∙자신도 이유를 알지 못하는 죽음을 당해 천수를 누리지 못한 억울한 망자를 일컫는다.
-염라대왕-
난 2번째 정의를 보며 멍청히 생각했다.

날마다 쉽지 않은 삶의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나 또한 죽음에 대한 고민 할 때도 있지만 그 결정은 내 몫이 아님을 알기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성찰하는 마음으로 살아낸다. 언제나 길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 마지막에 아무런 아쉬움도 욕심도 가지려 하지 않도록 마음으로 늘 기억하고 되뇐다. 하루의 시작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것처럼 느닷없는 죽음의 방문도 아침처럼 난 받아들인다는 생각으로 산다. 내 삶에 죽음이 가진 비밀은 내가 사는 그 순간까지 풀리지 않겠지만 이젠 그 어떠한 죽음도 슬퍼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을 여유가 생긴 듯 삶의 고달픔이 한결 쉽게 받아들여지고 가볍게 느껴진다. 아주 오래전에 떠난 나의 그 아버지도, 울 할매도, 그리고 언젠가 떠날 어머니조차도... 영원한 이별의 아쉬움을 덜어내고 기억 속에 작은 옹달샘마냥 받아들이려 한다

삶은 삶대로
죽음은 죽음대로
모두가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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