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1분이란 시간을 생각하게 되었다. 짧은 60초의 시간인데 때론 참 길다고 느끼는 때가 있다.
오늘 6연전 공원을 떠난 뒤 해보지 않았던 예초작업을 아침부터 했다. 콘도는 넓고, 낯선 제주라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했고, 약속된 결과보고를 해야겠기에 아주 오래전 했었던 그 예초작업을 내가 했다.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느낌이 들었고 그렇게 땀을 흠뻑 흘리며 나무의 지주목 사이사이에 무성히 자란 풀들을 쳐 나갔다.
오래간만에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흘러 눈에 들어가기도 했고, 입고 입던 옷은 다 젖었다. 그렇게 나의 체력도 예전과 달리 쉽게 바닥나 지쳐갔다. 5년. 6년 만에 하는 예초작업으로 팔은 천근만근 느껴졌고, 가만히 있어도 팔이 덜덜 떨리는 듯했다
지친 나는 점심으로 냉면을 먹었다. 얼음 육수에 그나마 조금 기운을 차렸는지도 모르겠다. 오후에도 다시 예초작업은 시작되었고 그때 아무 생각 없이 머릿속이 텅 빈 나는 문득 " 1분이란 시간 " 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 1분이면 여기에서 저기까지 예초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란 생각에 평상시에 무심히 보냈던 그 1분이 지금은 엄청난 일을 하는데 쓰이고 있었다. 그렇게 완전히 지친 나는 아주 오래간만에 그 어떤 잡생각 없이 오롯이 풀 깎는데 빠져 기계처럼 능숙하게 풀을 깎았다. 4시 30분이었던가 40분이었던가 작업을 종료했다. 더 이상 하려면 기계처럼 할 수 있었겠지만 솔직히 새로운 구역을 시작하기엔 지쳐 힘이 없었다. 안 쓰던 근욱들이 아침부터 일한 탓에 놀랐는지 접혀지지도 펴지지도 않는 왼쪽 팔은 깁스를 한 듯 적당히 구부린 채 펴지지 않는다.
아주 오래간만에 아주 기분 좋게 땀을 흠뻑 흘렸다. 그리곤, 길게 샤워를 하고 내겐 그 무엇보다 보약인 콩국수를 먹으러 왔다.
아무리 힘들어도 콩국수를 먹으면 다시 힘이 생긴다. 뽀빠이 아저씨는 시금치를 먹지만 나는 콩국수를 먹는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1분이란 시간... 그 시간에 뭘 할까 생각하지만 삶의 운명은 순간순간 바뀌는 것이라면 내게 오늘 1분은 제주도에서 어떻게 일을 할 것인가... 밑그림이 그려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