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by 허정구

애끓이지도 말고
애타해하지도말고

이젠 그냥
그냥 지내는 걸로 해.
~~~~~ ~~~~~ ~~~~~
너무나 잘 아는 마음이기에 난 또 미안하고 안타깝고 애처러움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밥은 챙겨 먹고 다니라는 그 말
병원에 가서 검사도 받고
몸이 좋다는 거 챙겨 먹고 다니라는 그 말

혼자 밤에 연이어 계속되는 엄마의 기침소리가 왜 그렇게 내 맘에 울리던지
늙은 엄마가 차려주는 이 밥상이 마지막 밥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마 숟가락을 들기도 어려운 무거움을 느끼며 또 나도 모르게 내 신세를 자학하지만 어찌할 수 없잖아.
지금 우리 상황이 그러한 걸

혼자 준비하고 혼자 정리하는 제사도 이젠 끊고
그냥 우리 할 만큼 했으니 그냥 아픈 맘으로 받아들이자.

글자도 모르는 엄마에게 투박한 말투로 내뱉어지는 말버리고 편질 써보고싶지만...읽혀지지 못할 편지라 보내지도 못하고 딸이라도 한 명 낳았더라면 살갑게 편들어주어 좋았을 것을 덜렁 아들만 둘...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지만 결국... 그렇고 그래.

그냥 제 밥 벌어먹고 살기에 빠듯한 삶을 사는데 잘 사는 사람도 있지만 또 이렇게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도 있나 봐.
그중에 나도 있고..

다시 일하러 떠나가며
오늘은 왠지 엄마가 더 많이 늙어 보이네.

애끓이지도 말고
애타해하지도 말고 그냥 지내.

알잖아.
어차피 가지고 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

사는 게 뭔가 기대감이 있고 설렘도 있고 소유도 있어야 하는데 우린 그냥 살자.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서글프면 서글픈대로 미안하면 미안한대로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맘아프면 맘아픈대로

엄마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잖아. 그래도 우리 잘 살이 왔잖아. 따뜻한 마음가지고.

20191213_191555.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이름이박힌책한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