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낚시터의 낭만(낚시.기다림.사랑.기다림)
낚시터에서 잠든다
밤공기가 싸하게 다리를 감싸버렸는데 서늘한 냉기가 차안에 있어도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하늘에 별은 반짝반짝 빛나고 수면위에 곶추선 찌는 좀처럼 아무런 미동을 전혀 하지않는다
지금 나는 낭만가득한 풍경에 휩싸여 좀처럼 누리지못했던 호사를 누린다. 정적만이 감도는 불빛하나없는 낚시터에서 상념도 사그라든다. 오로지 내가 끼운 3mm 빨간 케미불빛만 가득할 뿐.
낭만 浪漫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지금 이 순간이 현실이 아닌듯 느껴지는 건 참 오랫만에 집밖으로 나온 즐거움인가보다.
내가 어디에 머물던 변함없이 타인들의 리그는 쉴새없이 계속되어졌었고 나만 고독이네 외로움이네 그리움이네 읊조리며 부둥켜안고 서글퍼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기다림은 변화가 없다.
고기가 찾아들기를 설레임 품고 기다리고
그녀가 연락오기를 기대감 품고 기다리고
혹시나하는 마음에 역시나라는 말로 대답하면서도 또 또 또 기다리고 기다린다.
친구가 '돈주고 낚시하는데 왜 이렇게 입질조차없느냐'고 이야기한다. 아무도 고기 잡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어둠의 깊이만 시간과 함께 더해갈 때 난 유료낚시터에서 낚시를 한다는 건 고기를 잡는게 아니라
낭만을
낚시터의 분위기를
즐기는 값을 지불하는 것이란 생각했다.
나와같이 무심히 오로지 작은 불빛 하나에 목메여 있는 사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곳.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며 드리워진 낚시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어떤 생각을 시초로 생각을 하다가 물밀듯 번져가는 생각의 늪에 빠져들 것 같지만 실상 낚시를 하다보면 오히려 잊어간다.
이 생각도 잊고 저 생각도 잊고
일상도 있고 상념도 잊고
나도 잊고 너도 잊고
'스물스물 솟아오르는 붕어의 입질'
그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기대감도 서서히 무너지고 결국엔 버려지고
그러다보면
내가 그동안 그토록 간절히 매달리고 갈구하던 것들까지 하나씩 하나씩 버려진다.
애타던 사랑도 버리고,
간절히 기다리던 기다림도 버려지고,
고기를 잡을 것 같던 욕심도 버려지고,
그러다보면 한순간 세상은 멈춘듯 정지한듯 낚시터의 고요함 정적이 진정한 낚시의 완성이라는 생각하게된다.
고기를 잡으러 유료낚시터에 오는게 아니라 낚시하는 그 자체의 낭만을 즐기기위해 이곳에 있음을 알게된다. 유리거울같은 어둠의 수면에 오로지 불빛 밝히는 케미만 바라보는 여유속에 나도 모르게 버려지고 잊혀지고 정리되는 내속에 복잡하던 그 일상의 생각들이 소멸되는 이유 이것이야말로 낚시가 아닐까싶다.
아직까지 밤은 길게 남았고, 조용함은 오늘밤도 끝없이 이어지려나보다.
이 밤의 낭만이 비워진 가슴에 채워짐이 느껴진다.
이 밤의 여유가 마음에 자리잡는게 느껴진다.
이 밤의 고요가 온몸에 스며듬 느껴진다.
낚시...기다림.
사랑...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