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눈과 맞짱을 뜨다.

by 허정구

눈은 내리고 쌓이고

어제부터 눈이 왔다. 오늘도. 내일까지 온다 한다.
제주 서귀포 한라산 기슭 어디쯤인 이곳은...
눈 세상이다.

바닥에 쌓인 눈을 넉가래로 밀고 나가보면 티끌 하나 먼지 하나 없이 순백색이다.

뽀도독. 뽀도독.
눈길을 걸으며
나는 내가 오다리임을 알았다.
분명 똑바로 앞으로 걸어왔지만 눈 위에 발자국은 분명 오다리였다.

자연과 맞서며 당당히 맞짱을 뜬 하루.
하루 종일 눈을 치웠지만
해 질 무렵 모든 길은 뽀얀 눈으로 처음처럼 덮여있다.
이길 수 없음을 알기에 하얀 순백의 눈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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