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유월 첫날 뜻밖에 백신 접종

by 허정구

유월 첫날!
전혀 예상하지 않은 좋은(?) 일이 뜻밖에 생겼다.

코로나. 코로나. 온통 코로나로 1년을 넘게 지내왔다.
백신 말이 많다.
자기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뉴스의 댓글을 읽다 보면 나만 아무 생각이 없는 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나라에서 백신을 구하고 그 백신을 여러 가지 기준에 의거하여 순차적으로 접종을 한다는 것에 나는 솔직히 아무 이견이 없다. 덕분에 나의 어머니도 백신 접종의 대상자가 되었을 때는 감사했다. 여든을 넘긴 어머니는 백신 수급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 아직 접종 전이고 다음 주 06월 08일에 접종일정을 연락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주부터였나... 60세 이상자의 AZ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No-Show에 대한 잔여백신 접종을 희망자에 한해 접종한다는 뉴스를 보며 같은 일터의 동료직원들에게 독려할 수는 없지만 닦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라는 생각에 잔여백신 접종을 나는 지원했다.

매일 같이 0 이였다. 수시로 들여다봐도 0이었다.

그래서 직접 병원에 대기자 예약하는 방법이 있다 하여 대기자 100번 뒤에 예비로 이름을 올렸다...


근데 오늘 느닷없이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잔여백신이 발생했고, 오늘 방문하면 AZ백신 접종을 해준단다.

말이 많다는 백신이었지만, 말이 많건 적건 맞을 수 있다면 맞는 게 좋다는 생각에 곧장 병원으로 갔다.

주사.

언제 주사를 맞았는지 솔직히 기억에 없다.
10년. 20년...
팔뚝에 맞는 건 아마 초등학교 때 불주사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솔직히 아플까 봐 쫄•았•다•

근데 바늘이 들어가는 따끔함 조차 없었다.
병원의 원장 선생님의 주사 기술이 대단하였다. 솔직히 주사가 무서웠는데 하나도 안 아프다 하니 원장 선생님이 웃으셨다.

20분 정도는 대기하세요.
열이 나거나 몸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

오후 2시 30분경에 맞았으니 이제 6시간 정도 지났다.

솔직히 현재 아무런 느낌이 없다. 그냥 평소와 똑•같•다•
원장 선생님이 열나면 ○○○○드세요.라고 해서 약국에서 ○○○○까지 사 왔는데...

솔직히 시간대별로 느낌을 정리하면
처음에 맞고 약간 멍한 느낌이 들었다. 그게 백신 접종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병원에서 나올 때도 체온을 측정해 주었는데 열은 없다 했다.

꾸뻑 인사하고 내려와 인근 약국에서 감사의 박카스를 한 박스 사드리고 왔다
병원에 계시는 분들 다 수고하시니까... 고마워서...

그리고 30분에서 1시간쯤 지날 무렵 차를 타고 오는데 속이 좀 울렁울렁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멀미를 시작하는 듯한 증상이었던 거 같다.
속이 허해서 그런가... 싶었다.

그래서 사무실로 오는 길에 콩국수집에 들러 진한 콩국수 한 그릇 하고 왔다. 그리곤 다시 사무실에 도착해서 그냥 평상시대로 일했다. 그때는 평상시보다 약간 더운 듯한 느낌도 있었다. 오후 5시 30분 열을 재보니 평상시보다 0.3 정도 높은 36.1°C였다. 나이가 들면 체온이 36.5°C가 아니라는 걸 코로나 때문에 매일 아침 근무 시작 전 체온 측정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평상시엔 평균 35.8°C였다.

그리곤 지금... 뭐 평상시와 다른 기분이나 느낌은 전혀 없다. 멀미의 느낌도 이젠 없고, 조금 덥다는 느낌도 없고,

덕분에 잔여백신을 맞고 보니 코로나에 대한 기본 부담감에서 아주 많이 벗어남을 실감한다. 나 혼자 살자고, 코로나가 무서워서, 살기 위해 악착같이 백신을 맞으러 간 건 아니다. 여기 일터가 중국과 연계되어 있고 관광과 연관된 곳이다 보니...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Risk를 떨치는 걸 먼저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잔여백신 접종이란 걸 알고 딱 50인 내가 먼저 지원해 본 건데... 어떻게 내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다음 주에는 편한 마음으로 대구에 어머니께 가 봐야겠다. 어머니 혼자 가시면 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을지 모르니 같이 모시고 가야겠다. 이 또한 오늘 내가 백신을 맞게 되니 당당하게 맘 편히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불평불만이 나쁜 건 아니지만
무조건 싸잡아서 이랬느니 저랬느니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생각해 본다.

이곳 일터엔 중국인들도 같이 있다.

나라가 있고 그 나라에 국민이기에 난 잔여백신을 지원해서 맞을 수 있었고, 잔여백신이 아니라 해도 언젠간 조만간 백신 접종의 기준에 의해 순차적으로 맞았겠지만 타국 땅에 머무는 사람들은 기다림의 기준조차 없음을 아쉬워하며 나를 부러워하는 걸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고

이래서 나라. 국민. 정부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나도 모르게) 난 나라의 구성원으로 책임과 의무도 있지만 또 도움도 보호도 겁나게 받고 있음을 안다.

그래서 불평불만에 빠져 사는 사람들은 좀 닥치고 지 할 도리를 하면서 불평불만을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아무튼 오늘은 나라 덕분에 백신을 잘 맞았고, 전혀 아무런 이상 반응 없이 평상시와 똑같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간다...
물론 아프신 분들도 있겠지만,
뜻하지 않게 아주 큰 일을 겪는 경우도 있으시겠지만 그래도 맞는 게 더 좋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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