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세월

by 허정구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도 표시 나지 않게 흘러갔다

그걸... 그때는 모르고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세월의 흔적!

소방배관의 마개가 큰 바람에 어딘가로 가 버렸다.

그래서, 새것으로 갈아 끼웠다.


「원래는 새빨간색이었는데... 다 버리고 흰색이 되었다」

색. 바. 램.


그렇게 내게도 시간은 세월이 되어갔음을 안다.


엊그제였다.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부탁을 했다.

다가오는 추석명절에는 외할아버지께 경옥고라는 걸 하나 사서 꼭 전해드리라고...

헤어짐이라는 이름으로 근 10년 전에 서울을 떠나오며 한 번도 찾아뵐 수 없는 인연이 되었지만...'잘 계시겠지' 하는 생각에 아들이 군 훈련소에 간다 하니 내가 군 복무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었던가...

옛 장인어른과 고향에 계신 작은아버지께 보내드리려 2개를 구입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예전 집사람에게 이런 문자가 왔다.


「○○이한테 들었는데...

우리 아빠 작년에 돌아가셨어

김천에만 보내드리라고 했어

신경 써줘서 고마워!!」


한 때. 어느 날 밤에는 이런 일이 생기면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밤새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

노쇄하셨던 장인어른이 아무 소식 없이 가셨다는 말에...


『염치가 없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뭐라 할 말이 없네!

아무튼 미안해.』


이 말 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찾아 뵐 때 면 소주한 잔 가득히 따라드리는 情이 있었는데...


떠나셨다는 말에 하늘만 봤다!


세월은 표 나지 않게 흘러가다 한참 지난 뒤에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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