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오늘의 일기

by 허정구

감동적이고 낭만적인 만족으로 가득찬 하루였다. 마치 오늘 하루를 위해 정확히 일주일의 수고를 다한 내 삶에 보상이라도 해주듯 행하는 일들이, 가는곳곳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다 좋은 오늘이였다.


토요일.

그 무엇을 하지않아도 좋고 그 무엇을 해도 좋은 일요일이 떡하니 받쳐주고 있기에 마냥 여유가 생기는 토요일. 오늘은 친구랑 붕어낚시를 가기로 약속했었다.


토요일의 낭만. 여유!

알람소리에 눈뜨는 여느날과 달리

늦잠의 매력에 맘껏 빠지는 쾌락을 누리지못한 조금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8시 알람에 조금 더 잔다는게 10시까지 잤으니 휴일의 아침잠을 다 누리지못한 건 아니었다.


•첫번째 만족. 《떠나는 길에서 만난 풍경》

낚시터는 친구가 머무는 대전 인근 금산이란 지역에 있었다. 내 머무는 광양에서 2시간 조금더 걸리는 길이였지만...양어장에서 친구랑 오봇이 밤낚시를 한다는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즐거운 마음이였다.


하늘은 푸르고

푸른 하늘에 붓으로 흰구름을 쓰으윽 묻쳐둔 듯 수채화 같은 가을 하늘이였다. 완주까지 고속도로를 '내가 듣는 노래' 목록을 들으며 달리는데...그동안 참 많이 -여행사생활하며-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처음 느꼈다. 순천에서 상관까지 고속도로 주변풍경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하늘과 맞닿은 산의 경계선의 어우러짐. 산과 산자락이 서로 중첩되는 아름다움. 그리고 간간히 나타나는 산골마을 또는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구례의 평야.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을 단풍들...붉은듯 하면서 누르스럼하고, 누르스럼하다가 누리끼리한듯하며, 그들과 어우러진 소나무.전나무 등의 짙은 어두운 녹색(?) 그 수만가지 색상의 가을단풍의 완벽한 어울림은 완주까지 달리는 내내 이어졋고 난 가을 단풍색의 조화로움에 감동과

낭만을 눈으로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만끽하는 행로였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서 국도를 달리는 길에서도 넉넉한 차량의 한적한 여유로움과 시골풍경은 사뭇 바다가 보이는 광양에서 누리던 것과는 또다른 매력이였다. 4차선이 2차선이 되며 대둔산 인근에 다달으자 길은 굽어지고 휘휘돌며 드라이브의 매력을 맘껏 누리게 해주었고, 굽어진 길의 모퉁이를 도는 순간 눈에 들어온 어느 폐교는 정말 영화속에서 봤던 그대로의 시골학교였다.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다시 차를 돌려 지나온 폐교로 찾아갔다.


역시나...

교문은 녹슬고 야윈채 굳게 닫혀 있었지만 백년은 됨직한 아름드리 히말라야시다와 은행나무가 이룬 숲이 교문과 운동장 사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고, 2층의 아담하고 앙증맞은 학교가 놓여진 듯 자리하고 있었다. 운동장 한가운데에는 이순신장군 동상이 우람한 기상을 펼친채 운동장에서 뛰어다녔던 애들을 굽어보고 있었고 운동장 이쪽과 저쪽 끝에는 축구골대가 있었다. 운동장은 처음부터 그랬던듯 잔디같은 풀들이뒤덮고 있었고 그 위에 노랗게 물든 은행잎과 또 다른 색의 낙엽들이 덮고 있었다. 예쁘다고 해야하나?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우연히 떠난 길에서 내가 마주한 풍경치곤 이런 호사가 없었다. 감동!

그리곤, 낚시터에 도착했다. 그냥 붕어낚시를 가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넷 검색에서 찾았는데...아담한 사이즈에 50석~60석정도 딱 좋았다. 근데 아무도 낚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안내번호로 전화를 해보니 11월의 중순이라 밤낚시하기에 날씨가 추워 야외는 송어 루어낚시를 하고, 겨울 하우스 낚시로 바뀌었단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 둘은 밤하늘에 별보며, 까만 어둠속에 찌톱에 매달린 케미의 낭만과 붕어낚시의 손맛을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낭패다!


그래도, 즐거웠다. 벌써 난 이곳까지 오며 가슴에 마음에 감동이 가득 찼기때문에...


•두번째 만족... 《이 집 짬뽕국물 진짜 맛있네.》

친구의 폭풍검색에 인근의 다른 유료낚시터로 행선지를 바꾸고, 가는 길에 아무데나 들러 늦은 점심을 먹고가기로 했다. 오는 길에 눈에 띈 시골의 중국집《북경》. 그냥 난 시골 작은 도시에 가면 짜장면이나 짬뽕을 먹는게 내 나름 그곳에 대한 첫인사처럼 행한다. 메뉴는 짜장면. 짬뽕. 뽁음밥 등등.


날씨도 쌀쌀하고 ...짜장보단 잠뽕이 더 땡겼고, 그냥 보단 오늘은 왠지 럭셔리한 고급진 삼선짬뽕이 끌렸다.


와! 대박. 《짬뽕 국물》

진하고 감칠맛나고 시원하고...상상이상의 맛집이였다. 내게는. 배도 고팠고 친구랑 둘이 먹는 짬뽕이기도 했지만 참 맛있었다. 이처럼 맛난 음식은 즐거움을 주고 기쁨을 배로 늘리고 마음까지 즐겁게한다.


•세번째 만족 ... 《양어장 낚시 20년 한을 풀었다.》


네비의 상냥한 안내에 따라 대둔산의 외곽 2차선 지방도로를 따라 벌곡으로 이동하는 길 또한 대둔산의 가을 단풍과 한적한 시골길과 굽어진 도로 하나하나 모두가 만족.감동.즐거움이였다. 특히 신양낚시터 앞에 와선 네비가 알려주는 길로 갔다가 정말 차한대가 겨우 지날만한 동네길을 지나게 되었는데...지난 세월의 비바람 흔적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부로끄》-블럭벽돌을 나 어린시절 살던 경상도 어른들은 이렇게 불렀다-담을 보곤 추억과 연륜.세월.그리움이 한순간 짧은 찰라에 스쳐지나갔다.

어떻게 오늘은 잘못들어선 길에서조차 이렇게 만족스러운 풍경과 느낌을 얻을 수 있었던 걸까...이건 마치 저 위에 신이 그동안 내게 소홀히 했던 미안함에 오늘은 오로지 내편이 되어주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양어장은 실내낚시터였는데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2.9칸까지 던질 수 있었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김제에서 몇번 갔던 낚시터와 달리 눈에 보이는 풍경이 그닥 고급지진못해도...김제에선 그림같은 풍경과 낚시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다림의 마음자세만 배웠기에 이번엔 붕어 손맛을 보는 것에 더 치우치기로 했기에 조금 그림이 예쁘지않아도 실익을 우선시하기로 했다. 3시경 도착했는데...여기저기서 붕어낚는 경쾌하고 맑고 청아한 소리가 분주하다. "낚시는 밤낚시지"하는 여유를 부리긴 했지만 빨리 대를 펼치고, 붕어 낚는 행렬에 동참하고 싶은 조급함이.서두름이 생긴다. 마음이 급하니 우선 낚시대는 1대만 펼치고...시작하는데...


《느낌 좋고, 뭔가 될꺼 같은 예지력 - 늘 처음에는 어딜가나 그랬었다. 오늘은 될꺼야. 찌가 '쭈~우~~욱' 스멀스멀 연기 피어오르듯 올라올꺼 같다는 바램같은 기대감》 근데, 늘 난 어분 + 지렁이 짝밥 낚시를 했었는데, 떡밥으로만 하려니 챔질포인트를 잡질 못하겠더라고...그래서, 난 지렁이 미끼 그 하나를 사기위해 다시 인근 큰 도시 낚시점까지 왕복 1시간여를 다녀왔다.


6시경 드디어, 결국 나도 몇 년만에 붕어를 잡았다. 늘 못잡는게 당연한거고 그래서 낚시는 기다림과 그 지루한 기다림속에 여유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동안 갈구하던 찌올림과 챔질시 울리는 맑고 깨끗한 청음과 그 붕어가 물속에서 뻐팅기는 힘이 낚시줄과 낚시대를 통해 내 손에 전해지는 그 우뢰와 같은 힘(손맛)을 봤다.


이후로 나의 지렁이 미끼는 양어장낚시인생 20년 동안의 기다림에 보답하듯 심심찮게 수시로 지겨울만하면 나올꺼같은데 생각하면 생각하는대로 붕어가 잡혀주었다.


낮에 가득찼던 조사님들은 대부분 저녁8시~9시 철수를 하였고 몇몇만이 밤낚시의 매력을 느끼며 시간은 흘러 12시 지나고 1시 2시 3시...결국엔 다들 떠나고 나랑 친구랑 둘이서 붕어낚시 한없이 하고 싶은대로 했다.


잠시잠시 밖으로나와 바라 본 밤하늘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싸늘한 밤공기는 겨울같았다.

아침 7시. 한통에 가득차있던 지렁이 한마리까지, 어분 미끼통에 부스러기 한알까지 탈탈 털어 밤새 붕어와의 숱한 힘겨루기를 끝내고 맞이한 아침풍경은 밤새 얼마나 추웠는지를 알려주려는듯 온통 서리로 하얗게 뒤덮혀 있었다.

정말 야외에서 낚시를 했더라면 "우린 아마 얼어서 붕어가 아니고 통태가 되었을꺼야"하며 이또한 그냥 급정보조회하여 찾은 낚시터였는데...20년 붕어낚시의 한을 풀고도 남을 만큼 《만족.감동.즐거움.낭만》을 얻었고, 또 따뜻하게 낚시하고...


모든게 금상첨화인 하루였다.


살면서 오늘같은 날이 또 있었을까..있었겠지.

살면서 오늘같은 날이 또 있을까...있겠지. 수시때때로.



그냥 최근 일련의 답답한 마음에 매번 내 머무는 곳으로 내려오는 친구에게 답례하듯 내가 그 친구머무는 곳으로 찾아간 낚시여행에서 너무 많은 만족.감동.낭만을 경험했다.


웅크리지않고 머무르지않고

움직이니

잠만 잤을 이번 토요일과 일요일이

삶에 오래오래

추억으로 기억 될 소중한 일들을 준것같아...고맙다.


오늘의 일기는 여전히 계속되어지길...친구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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