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희생 대신
당신은 생각한다.
누군가의 옆을 지켜주려는 그 행위란
힘들고 고되며 지치는
그저 그렇게 묵묵히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상대방이 그 자리에 있어준다는 것.
그것으로 당신은 족하다 여긴다.
그러나,
저 마지막에서
당신의 희생을 알아챈 그 누군가는
이미 당신과 함께 이 끝에 다다랐기에
당신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
엄연히 드리워진 당신의 희생에
고마움을 표할 겨를도 없이
그저 그렇게 묵묵히
그 누군가는 슬퍼할 것이니
당신이 여태껏 희생한 만큼
그 슬픔을 또다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
어찌 보면 당신이 이끌어온 그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의미의 희생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 누군가를 위한
기나긴 고독 속의 희생 대신
그 누군가와 함께
짧지만 찬란한 희열을 음미하는 것.
이 또한
당신의 생각만큼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