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참으로 무심한 듯이
연광(年光)을 지르밟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발길질을 해보아도
발목 언저리에 꽁꽁 묶인 채다.
나도 나 자신에 대해
갈피를 못 잡는 것인지
그저 발을 질질 끌며
목적 없이 저 앞으로
걸어 나갈 뿐이다.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다 보면
굉장히 사소한 것들이
눈에 띄기 마련인데
나처럼 방황하는 것들이
대부분인 듯하다.
그런데 그것들에 묶여
이리저리 질질 끌려다니는 것이
무언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때의 내겐
보잘것없었고
무심코 지나쳐버린
잊을 줄만 알았던
기억의 파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