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혼잣말

짓궂은 날씨

by 박헌일


오랜만에 맞이하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무척이나 짓궂은 날씨.


온 세상에 울릴듯한 괴성과 함께

하늘을 찢는 강렬한 반짝임은

눈과 귀를 멀게 만들고

살결에 부딪히는 거센 비는

몸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며

그 빗방울들이 머금은

진하고 녹진한 내음이

후각을 마비시킨다.


이 정도의 기세라면

끓어오르는 아픔도

짓궂은 날씨의 기세에 눌려

저 밑으로 묻히겠지.


그러니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이 짓궂은 날씨가 나 대신

계속 울부짖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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