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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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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Jul 23. 2020

낯선 위로.


내 마음이 공허함에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없으니

울고 싶어도 눈물 흘릴 수 없는

이 답답함에 사무쳐

아끼는 노래를 들으며 사색에 잠기려는데

옆집 개가 시끄럽게 짖는 소음 따위에

내 슬픔이 묻혀버리는 꼴이 우스워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와버린다.


사연 없는 이 없다고 하지만

당장 내가 힘들어 죽을 것 같으니

짖어대는 짐승의 울음소리에 맞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인간의 슬픔을

서로에게 주고받으며 같이 짖어대다

지쳐 쓰러져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더듬더듬 끈적이는

어제의 기억을 꿈으로 더듬으며

깨어난 오늘의 아침은

참으로 무색하게도

가라앉은 내 기분과는 달리

무척이나 밝고도 맑았다.


씁쓸한 마음에 담배를 태우려

지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

불을 붙이려던 찰나에 고개를 돌려보니

옆집의 이웃이 개를 산책시키려는지

목줄을 매어 데리고 나오는 모양새다.


문득, 꿈에 보였던 짐승과

닮은 듯해 보였지만

부질없던 어제의 울부짖음이 떠올라

텁텁한 입맛을 다시며

담배에 다시 불을 붙이려는데

옆집 개가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내게 졸졸 걸어오더니 뜬금없이

하얗게 부르튼 내 발목을 핥는 게 아닌가.


새카만 코로 나의 냄새를 더듬으며

핥아대는 덕에 몹시 끈적이는데

그 와중에 무척이나 익숙한 느낌이

새벽에 꾸었던 꿈을 떠올리게 했다.


허.. 이깟 주먹만 한 털북숭이가

꿈속에 튀어나와 날 위로해줬던 건가..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그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열심히 꼬리를 흔들며

그저 한없이 날 올려다보는데

그 모습에 난 갑자기

알 수 없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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