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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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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May 04. 2021

이불


따뜻한 계절이 돌아온 이맘때쯤이면

날 감싸는 이불의 포근함은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탓인지

갑갑하고 불편하기 그지없어

저 멀리 구석 한 편으로 내동댕이 친 채로

타는 목을 축일 겸 주방으로 향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며

벽시계로 시간을 확인하지만

시곗바늘은 이미 멈춘 지 오래다.


몇 달째 시계 약을 갈지 않은

자신의 미련함을 탓하며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는 와중에

어슴푸레한 창 밖을 바라보며

대충이나마 시간을 짐작해보는데

그 사이, 딸랑이는 소리가

거실에서 방 안으로 이어진다.


목을 축인 후, 방으로 향하니

우리 집 똥강아지 돌이가

한쪽 구석에 어지럽혀진

이불속을 파고들어 얼굴만 내밀고

조용히 엎드려 있는 게 보인다.


내팽개쳐진 이불의 구겨진 형체 탓인지

그 어지러운 이불 사이를 굳이

비집고 들어가 있는 애처로움 때문일까.

아니면 잠시 동안 예민했던

내 성질머리가 안타까워서였을까.

몽롱한 탓에 짐작이 가진 않았지만

그 모습이 내심 측은하게 느껴졌다.


이내 생각을 뒤로하고

이부자리를 다시 정돈해

돌이를 품에 껴안고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는데

아까는 몰랐던 이불의 포근함을 느끼며

난 다시 깊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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