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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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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Oct 07. 2015

이유는 없다.


지나온 곳의 몇몇 흔적들을

무릇 돌이켜보면

이유란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런 이유 없이

구걸하던 노숙자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었던




아무런 이유 없이

미소 짓고 있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고

눈물을 글썽였던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어

무턱대고 집 앞을 찾아갔었던




아무런 이유 없이

공허함이 찾아와 며칠 동안 방구석에서

나 자신만을 껴안았던




아무런 이유 없이

이른 새벽에 눈이 떠져

검푸른 하늘을 한 없이 바라보았던




아무런 이유 없이

잠자리에 몸을 뉘어

죽음에 대해 생각했었던




아무런 이유 없이

가진 것을 모두 털어놓아

친구와 함께 나누었던




아무런 이유 없이

잊고 있었던 애물단지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닦고 또 닦아줬던




아무런 이유 없이

관심이 고파져

그대들에게 아우성 쳤었던




아무런 이유 없이

당신들에게 들려드리는

사소한 몇몇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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