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곳의 몇몇 흔적들을
무릇 돌이켜보면
이유란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런 이유 없이
구걸하던 노숙자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었던
아무런 이유 없이
미소 짓고 있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고
눈물을 글썽였던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어서
무턱대고 집 앞을 찾아갔었던
아무런 이유 없이
공허함이 찾아와 며칠 동안 방구석에서
나 자신만을 껴안았던
아무런 이유 없이
이른 새벽에 눈이 떠져
검푸른 하늘을 한 없이 바라보았던
아무런 이유 없이
잠자리에 몸을 뉘어
죽음에 대해 생각했었던
아무런 이유 없이
가진 것을 모두 털어놓아
친구와 함께 나누었던
아무런 이유 없이
잊고 있었던 애물단지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닦고 또 닦아줬던
아무런 이유 없이
관심이 고파져
그대들에게 아우성 쳤었던
아무런 이유 없이
당신들에게 들려드리는
사소한 몇몇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