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바다가 울렁인다.
비바람은 연이어 수면을 때렸고
파도는 거칠게 몰아쳐서
암석처럼 굳은 마음을 침식시켰다.
깎아진 해안의 절벽처럼
너에게 뜨거워야 했던 감정은
바닷물처럼 미지근한 맨살을 드러내었고
마음의 병집은 깊어져
바다는 이내 큰 폭풍우와 마주했으니.
이에 한 없이 넘치는 그대의 눈물을
그느르지 못한 바다가 노여웠다.
검은 하늘은 푸른빛을 반짝이며
연신 갈라진 틈을 그어나갔고
악천후의 바다 한가운데서
저 하늘을 가르는 천둥과는 반대로
난 벌거숭이의 암체가 된 채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던 중,
저 멀리 빛을 뿜는 등대를 발견했다.
있는 힘을 쏟아내어
간신히 헤엄쳐 간 그곳에는
모든 것이 멈춰버린
버려진 등대뿐이었다.
그럼 나에게 길을 밝혀 준
저 빛은 무엇이란 말인가.
등대의 꼭대기로 오른 난
그 안에 수북이 쌓인 모래알들을 발견했다.
모래알들은 서로 부대끼며
연신 샛노란 빛을 내었는데
그것은 등대의 빛을 대신하고 있었다.
무릎을 꿇어 한 줌의 모래를
손안에 담으니
제자리에 주저앉은 너의 눈물을
무릎을 꿇어 닦아주던 감촉이
언뜻 되살아났다.
바다에게 안기지 못한 너의 눈물은
모래알이 되어 이 곳으로 날려왔던 것이다.
난 높이 쌓인 모래알들을
파헤쳐나가기 시작했고
너의 눈물은 파헤치는 내 손에
엉켜 붙으며 조그마한 상처들을 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난
내 이름이 옅게 새겨진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을 발견했다.
이 곳은
그대가 오는 길을 밝히기 위해
내가 세워놓았던 등대였다.
너는 그렇게
나의 잊힌 등대에서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