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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대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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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Oct 16. 2015

내 안의 바다.



 내 안의 바다가 울렁인다.




  비바람은 연이어 수면을 때렸고 

  파도는 거칠게 몰아쳐서 

  암석처럼 굳은 마음을 침식시켰다. 


 깎아진 해안의 절벽처럼 

 너에게 뜨거워야 했던 감정은

 바닷물처럼 미지근한 맨살을 드러내었고

마음의 병집은 깊어져

바다는 이내 큰 폭풍우와 마주했으니.


이에 한 없이 넘치는 그대의 눈물을

그느르지 못한 바다가 노웠다.




검은 하늘은 푸른빛을 반짝이며

연신 갈라진 틈을 그어나갔고


악천후의 바다 한가운데서

저 하늘을 가르는 천둥과는 반대로

난 벌거숭이의 암체가 된 채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던 중,

저 멀리 빛을 뿜는 등대를 발견했다.


있는 힘을 쏟아내어

간신히 헤엄쳐 간 그곳에는

모든 것이 멈춰버린

버려진  등대뿐이었다.


그럼 나에게 길을 밝혀 준

저 빛은 무엇이란 말인가.




등대의 꼭대기로 오른 난

그 안에 수북이 쌓인 모래알들을 발견했다.


모래알들은 서로 부대끼며

연신 샛노란 빛을 내었는데

그것은 등대의 빛을 대신하고 있었다.


무릎을 꿇어 한 줌의 모래를

손안에 담으니


제자리에 주저앉은 너의 눈물을

무릎을 꿇어 닦아주던 감촉이

언뜻 되살아났다.


바다에게 안기지 못한 너의 눈물은

모래알이 되어 이 곳으로 날려왔던 것이다.




난 높이 쌓인 모래알들을

파헤쳐나가기 시작했고

너의 눈물은 파헤치는 내 손에

엉켜 붙으며 조그마한 상처들을 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난

내 이름이 옅게 새겨진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을 발견했다.


이 곳은

그대가 오는 길을 밝히기 위해

내가 세워놓았던 등대였다.


너는 그렇게

나의 잊힌 등대에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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