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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Jun 19. 2016

그물침대.




선선한 새벽바람이

내 살결 위를 스치는 것을

느끼고 있을 때,

몽롱한 달빛에 의해

무언가가 빛을 냈다.

누군가 놔두고 간 듯한

새 것 같이 촘촘히 짜여진

그물침대에 맺힌 새벽이슬이었고

안락해보이는 그 곳에 자리를 잡았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엉킨 탓인지

움직임이 느려졌지만

무던히 흘러가는 시간을

애써 붙잡으려 하지 않았고

지쳐가는 육신을 그대로

그 자리에 뉘었다.




시간이 흘러 하늘에 태양이 비추며

무더운 계절을 세상에 흩뿌렸다.

폭염이 매섭게 내리쬐어

흐르던 시간을 아지랑이로 피어나게 하고

모든 것을 그을린 채로 멈춰있게 만들었다.

찌는 듯한 더위와

어디선가 반복되는 소음이

차츰 내 정신을 먹먹하게 만들 때쯤

뒤늦게 그 모든 것들이

여름을 알리는 신호라는 것을 알아챘다.




울려퍼지는 매미 울음 소리가

실의 그물을 타고

옅은 진동으로 퍼져나가

날 흔들어 깨웠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인 것은

거미줄에 묶여있는 내 자신과

저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는

한 마리의 짙은 거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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