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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Oct 27. 2015

바람

그리고 종이비행기.


바람은 문을 두드리는 법을 모른다 하였다.




이 집을 방문하고 싶다하면

집주인의 무신경으로

열려있는 창문과 문을 드나든다 하였다.


문들이 입을 벌리지 않고 있을 때면

갈라진 틈을 찾아 쇳소리를 내며

겨우 비집고 들어가야했고


빈틈이 없는 새집일 경우에는

문들이 열리기만을 기다릴 뿐이라 하였다.


어째서 그렇게 힘을 들이느냐

바람에게 물었다.




바람은 지나간 때,

방문하고싶은 새집을 발견했었다고 한다.

조그만 마당에 꽃이 핀 예쁜 집이라 하였다.


배경과 어우러지는 예쁜 모습과는 달리

빈틈은 고사하고 창문과 문은 입을 꾹 다물었었고

개방되기만을 기다리다가 지쳤는지

후에 거센 비바람을 몰고와

대신 문을 두드리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집주인은 궂은 날씨 탓에

창문에는 커튼을 쳤고

문은 잠금쇠를 단단히 걸어

더욱 굳게 닫아버렸다 한다.




바람에게 말했다.

너의 방식대로라면

안에서 열리길 바라는 문은

그 공간을 크게 뒤흔들지라도

에서는 절대 열지 못할 것이니라.


그러고서 난,

바람에게 자그마한 종이비행기 하나를 쥐어주었고

선선한 바람과 함께 다시 찾아가라 말했다.

바람은 두둥실 종이비행기를 띄운 채,

그때 보았던 집을 향해 바다색 하늘을 항해했고

그 뒤를 조용히 바람만바람만 따라갔다.




바람에 살랑살랑 날려가던 종이비행기가

조그만 마당에 꽃이 핀 예쁜 집의 문을

툭-하고 두드리고 바닥에 떨어졌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나온 집주인은

예쁜 집과 어울리는 어여쁜 사람이었다.


집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보더니

발 밑에 떨어져있는 종이비행기를 발견하고

사뿐히 줍고서 이리저리 살폈다.

별 것 아닌 종이비행기를

조심스럽게 펼쳐 본 당신

조그만 마당에 핀

고은 그 꽃처럼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펼쳐본 종이비행기 안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바람은 문을 두드리는 법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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