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향기.
어느 순간 느닷없이
너를 마주하고 있었다.
눈에 익는 한결같은 옷차림이
언제나 시종여일했던 모습에
걸맞게 어우러졌고
작고 여린 손은 변함없이
나를 향해 뻗어있었다.
어리둥절하던 내게 비치는 너의 모습은
기분을 찹찹하게 했다.
내가 잡아주기만을 기다리며
부끄러워하는 너의 손을 쥐고
어여쁜 손마디를 부드럽게 타고 들어가
내 안에 너를 취연히 껴안았다.
너의 향기가 짙게 밴
긴 머리카락에 얼굴을 대고
그윽한 문향으로 그리움을 달래고 있을 때,
무의식의 테두리 밖에서 바라보던
또 다른 나의 시선은
그 모양새가 영 껄끄러웠는지
외로움의 짙은 농향(濃香)을 내뿜었다.
너의 향기가 그것에 묻히는 것이 싫어
네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꿈속을 헤매던 몸체는
순식간에 테두리 밖으로 내던져져 있었다.
실재했던 너의 향기는
은연한 잔향으로 남아 나를 맴돌았고
너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것처럼
베개 속에 파묻혀 깊이 숨을 들이쉬면
그 향은 더욱 짙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어렴풋이 방 안을 감도는
너의 잔향을 흩날리지 않기 위해
쓰지 않던 보일러를 틀어
공간의 온도를 아늑히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