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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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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Oct 29. 2015

모기.

그 미세한 존재로 인하여


모기 한 마리가

허기진 외로움을 식욕으로 달래기 위해

날아와 앉았었나 보다.


내 몸 언저리 들러붙어

간사한 주둥아리를 찔러 

 미소 한 크기만큼의 외로움을

무방비였던 내게 고스란히 옮긴 채

시뻘건 포만감을 으스대며 날아갔으리라.




고달픔에 지쳐 잠들었던 내게

미약한 외로움도 심히 가려웠고

가려움은 이것을 나 몰라라 했다.


잠결에 긁어버린 외로움은

서서히 부어올라 몸서리치게 만

벌겋게 배를 채우고 날아가버린 고약한 모기처럼

충혈되어버린 눈을 떴다.


또렷한 의식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떨리는 손으로 쟁여놓았던 술을 꺼내

불편한 적막함을 적시려 허덕거렸다.




갑작스럽게 올라온 취기와 무감각함

고적(孤寂)에 착시를 일켰고

거친 살갗의 부어오름은

농후한 고독감처럼 부풀려져 보였다.


보잘 것 없는 존재가 기고 간 고독은

주저앉은 육체, 뒤틀려버린 정신

그리고 역한 술냄새와 뒤섞여

어느 한번 시듦이 없었던 나를

사무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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