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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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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Nov 02. 2015

노를 젓다.


세상살이

표류함을 깨닫고

내 사람과 함께

노 나눠 저었다.


내 노질이 둔졸한 것은

부모, 당신들이 힘차게 젓던 배

안일한 몸뚱이 얹어

나아가던 배 보속(步速)만큼

뒤쳐지게 만들고


우물  울려 퍼지는

개구리 우는 소리처럼

내 울음소리에만 귀 기울였기 때문이니


어느 부모나 그렇듯

자식새끼 아낀다 하여

익지 않은 손아귀로

배를 부려본 적 없을 터였다.


밤하늘 초승달은 코웃음 쳤고

애매한 월명 때문인지

노련한 동반자에게

겸연쩍어서인지

당신 눈초리가 그리 매섭다.


이따금씩

노질에 튀는 수적(水滴)들이

나를 다독였고

저 멀리 뻗은 수평선의 크기

감히 짐작할 수 없었지만


당신이 젓는 노

머금는 물기 만큼

목마른 우리 삶 표류하기 위해

나, 노를 고쳐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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