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표류함을 깨닫고
내 사람과 함께
노 나눠 저었다.
내 노질이 둔졸한 것은
부모, 당신들이 힘차게 젓던 배에
안일한 몸뚱이 얹어
나아가던 배 보속(步速)만큼
뒤쳐지게 만들고
우물 안 울려 퍼지는
개구리 우는 소리처럼
내 울음소리에만 귀 기울였기 때문이니
어느 부모나 그렇듯
자식새끼 아낀다 하여
익지 않은 손아귀로
배를 부려본 적 없을 터였다.
밤하늘 초승달은 코웃음 쳤고
애매한 월명 때문인지
노련한 동반자에게
겸연쩍어서인지
당신 눈초리가 그리 매섭다.
이따금씩
노질에 튀는 수적(水滴)들이
나를 다독였고
저 멀리 뻗은 수평선의 크기
감히 짐작할 수 없었지만
당신이 젓는 노
머금는 물기 만큼
목마른 우리 삶 표류하기 위해
나, 노를 고쳐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