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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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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Nov 16. 2015

아버지라는 이름의 새

당신의 위대한 비행.


아버지.


당신의 세월이 짧지 않았던 만큼

성가시고 힘겨웠던 나날들

결결이 마주했던 것 같소.


지나던 구렁이가

작은 생명 탐하였

지난날의 날씨가 워낙 고약하여

우리네 둥지 쓸려갈 뻔했던

크고 작은 위기가

이따금씩 찾아올 때마다

당신의 날카로운 부리는

그 기세가 매몰찼으나


지지부진한 삶 속에 녹아든

가엾은 당신의 앳된 기개

저 밑으로 추락할 것만 같은

위태로운 그림자를

그저 자 눈에

비추고 싶지 않 마

얼마나 크셨나이까.


 식구 먹여 살릴 고된 여정에

만개하는 청춘 다 바치어

숨 한번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헤쳐나가기 바쁘셨기에

내 새끼의 똘망똘망한 눈망울

바라볼 시간 없으셨으니


나를 품고 있지만

고개 돌려  말없이 인내하시던  그 모습

아무것도 모르는 이 어린 것은

항상 낯설고 겁이 났었더랬소.


어머니 품에 안기어

허기진 울음소리만이 드셀 때,

묵묵히 당신이 가져다주신 먹이들

내 안에 채워 넣다 보니

아기새처럼 여렸던 존재가

느덧

당신의 몸집보다

큰 날개를 갖게 되었소.


그러니

내 앞길 애써 빛내려 하지 마시고

다 자란 자식의 부모가

가셔야 되는 그 길

잘 살펴 가소서.


결 고운 깃털 휘날리도록

여태껏 가족만을 위해 날갯짓 해오신

바보 같은 사람.


그런 당신이 계셨기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자식은

이제는 시들어버린

아버지의 날개,


고이 닦아 빗겨드리고 광 내어

내 당신 가시는 길

훤히 비춰드리리다.


지금의 나보다

더욱 찬란한 날갯짓으로 비상하여

 저 하늘 자신의 풍채 수놓으시던

아버지,

당신이 보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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