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위대한 비행.
아버지.
당신의 세월이 짧지 않았던 만큼
성가시고 힘겨웠던 나날들
결결이 마주했던 것 같소.
지나던 구렁이가
작은 생명 탐하였고
지난날의 날씨가 워낙 고약하여
우리네 둥지 쓸려갈 뻔했던
크고 작은 위기가
이따금씩 찾아올 때마다
당신의 날카로운 부리는
그 기세가 매몰찼으나
지지부진한 삶 속에 녹아든
가엾은 당신의 앳된 기개 뒤
저 밑으로 추락할 것만 같은
위태로운 그림자를
그저 자식 눈에
비추고 싶지 않은 마음
얼마나 크셨나이까.
내 식구 먹여 살릴 고된 여정에
만개하는 청춘 다 바치어
숨 한번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헤쳐나가기 바쁘셨기에
내 새끼의 똘망똘망한 눈망울
바라볼 시간 없으셨으니
나를 품고 있지만
고개 돌려 말없이 인내하시던 그 모습
아무것도 모르는 이 어린 것은
항상 낯설고 겁이 났었더랬소.
어머니 품에 안기어
허기진 울음소리만이 드셀 때,
묵묵히 당신이 가져다주신 먹이들
내 안에 채워 넣다 보니
아기새처럼 여렸던 존재가
어느덧
당신의 몸집보다
큰 날개를 갖게 되었소.
그러니
내 앞길 애써 빛내려 하지 마시고
다 자란 자식의 부모가
가셔야 되는 그 길
잘 살펴 가소서.
결 고운 깃털 휘날리도록
여태껏 가족만을 위해 날갯짓 해오신
바보 같은 사람.
그런 당신이 계셨기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자식은
이제는 시들어버린
아버지의 날개,
고이 닦아 빗겨드리고 광 내어
내 당신 가시는 길
훤히 비춰드리리다.
지금의 나보다
더욱 찬란한 날갯짓으로 비상하여
저 하늘 자신의 풍채 수놓으시던
아버지,
당신이 보고 싶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