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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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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Dec 15. 2015

내 안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가.


언제부터인지

무엇인가가 내 눈 앞에 우뚝 솟더니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빛을 잃은 암흑에 갇혀버렸다.


뜬소경으로 더듬는 손의 감촉은

눅눅하고 끈적였으며

알 수 없는 노린내를 풍겼고

눈부심을 겪어본 지 오래된 것만 같은

꽤 흘러버린 시간을 체감하고 있었다.


거북함이 느껴지는

유난히 짙었던 그늘을 들추니

권태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권태로움.


꿈꾸는 이상은

여전히 저 위에서 빛을 내고 있었으나

육체는 바닥 모를 심연으로 꺼져갔다.


빛을 쬐지 못해 마른 어깨는

축 쳐져 더욱 야위어 보였고

얇은 손마디의 근육들은 탄력을 잃어갔다.


숟가락을 쥐는 것조차 힘이 들어

밥 한 숟갈 떠먹지 못할지언정

비틀어진 몸뚱이 꿈틀대며

그때만큼은 야생짐승처럼

목구멍에 맺힌 악을 토해내고

오로지 살기 위하여

음식에 얼굴을 묻은 채

애처로이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


하나 권태에서 파생된 공복감은

무엇을 삼켜 넘겨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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