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토록 지독했던 고통 감내하시고서
젖먹이가 세상 밖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내게 하실 때
당신은 온화한 미소 짓고 있더라고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셨소.
당신이 지어주셨던 집에서 벗어나
같이 떨어져 나온 태반
채 닦아내기도 전에
한 자식의 어머니가 되신 그 순간
그저 본능적으로
작은 존재 품에 껴안으시던
그 애틋한 손길.
필연 당신 안에
깊이 잠들어 있었을 때처럼
몹시 아늑했었기에
맘 놓고 큰소리로 울며
내 존재를 세상에 알렸던 것 같소.
손발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 여린 것에게
나아가기 위한 방향
곧게 잡아주신 덕에
눈 깜짝할 새
어머니 눈높이를
따라잡기 충분했소이다.
고깝기만 했던
어린 자식의 질풍노도를
괜찮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따순 손으로 잡아주셨던 당신.
그 온기
어려운 이들에게 나눠주는 방법과
다른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 간직할 수 있도록
당신의 따스한 숨결과 함께
내 귓가에 나지막이 일러주셨소.
세월의 무상함에
따스웠던 당신 손에
주름이 일렁였고
어머니 눈높이 너머
자리 잡은 내 얼굴
아픈 허리 부여잡으시며
힘겹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는 눈빛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생기 잃어 침침하시다는 당신.
이만큼 여려진 어머니 손 꼭 잡고
당신이 잡아주셨던 그 방향으로
나와 함께 걸어가 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