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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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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Feb 06. 2016

어머니, 내 손을 잡으시오.


어머니.


그토록 지독했던 고통 감내하시고서

젖먹이가 세상 밖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내게 하실 때

당신은 온화한 미소 짓고 있더라고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셨소.


당신이 지어주셨던 집에서 벗어나

같이 떨어져 나온 태반

채 닦아내기도 전에

한 자식의 어머니가 되신 그 순간

그저 본능적으로

작은 존재 품에 껴안으시던

그 애틋한 손길.


필연 당신 안에

깊이 잠들어 있었을 때처럼

몹시 아늑했었기에

맘 놓고 큰소리로 울며

내 존재를 세상에 알렸던 것 같소.


손발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 여린 것에게

나아가기 위한 방향

곧게 잡아주신 덕에

눈 깜짝할 새

어머니 눈높이를

따라잡기 충분했소이다.


고깝기만 했던

어린 자식의 질풍노도를

괜찮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따순 손으로 잡아주셨던 당신.


 온기

어려운 이들에게 나눠주는 방법과

다른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 간직할 수 있도록

당신의 따스한 숨결과 함께

내 귓가에 나지막이 일러주셨소.


세월의 무상함에

따스웠던 당신 손에

주름이 일렁였고


어머니 눈높이 너머

자리 잡은 내 얼굴

아픈 허리 부여잡으시며

힘겹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는 눈빛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생기 잃어 침침하시다는 당신.


이만큼 여려진 어머니 손 꼭 잡고

당신이 잡아주셨던 그 방향으로

나와 함께 걸어가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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