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대와 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헌일 Nov 27. 2015

너에게 간다.


내 기억 저 편 어딘가에서

동면을 준비하는 짐승처럼

몸을 웅크린 채 얼굴을 묻고

은 숨만을 내쉬는 너를 찾아서.




말라버린 나뭇가지를 괴롭히는

겨울의 날카로운 입김

어깨 위 내려앉는 눈송이들.


그리고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계절의 끝,

특유의 건조하고 몽롱한 내음.


아름답지만 동시에 냉랭

창백히 서린 단상(斷想)들.


곳에서 들려오는

어떤 익숙한 숨소리.


유심히 귀 기울여보니

내 귓가에 남기고 간

너의 다수운 숨결과 닮아있다.


그 섬세하고 일정한 호흡에 이끌려

한기(寒氣) 점차 누그러졌고

어렴풋이 봄기운 품은

포근한 너의 숨소리따라

난 하얗게 내려앉은

기억의 표면에 발을 딛는다.


 오래전 남겨놓은 듯한 발자국 위

내 발의 온기 맞닿으니

잠들어있던 너의 아지랑이

내 다리를 타고 서서히 피어오른다.


이토록 시린 계절 속에서 아른거리

너의 마지막 투명한 불꽃

내 마음옮겨와

광염(光焰)이 되어


그렇게 나,

너에게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승강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