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저 편 어딘가에서
동면을 준비하는 짐승처럼
몸을 웅크린 채 얼굴을 묻고
옅은 숨만을 내쉬는 너를 찾아서.
말라버린 나뭇가지를 괴롭히는
겨울의 날카로운 입김과
어깨 위 내려앉는 눈송이들.
그리고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계절의 끝,
특유의 건조하고 몽롱한 내음.
아름답지만 동시에 냉랭한
창백히 서린 단상(斷想)들.
그 곳에서 들려오는
어떤 익숙한 숨소리.
유심히 귀 기울여보니
내 귓가에 남기고 간
너의 다수운 숨결과 닮아있다.
그 섬세하고 일정한 호흡에 이끌려
한기(寒氣)는 점차 누그러졌고
어렴풋이 봄기운 품은
포근한 너의 숨소리따라
난 하얗게 내려앉은
기억의 표면에 발을 딛는다.
오래전 남겨놓은 듯한 발자국 위에
내 발의 온기 맞닿으니
잠들어있던 너의 아지랑이
내 다리를 타고 서서히 피어오른다.
이토록 시린 계절 속에서 아른거리는
너의 마지막 투명한 불꽃
내 마음에 옮겨와
광염(光焰)이 되어
그렇게 나,
너에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