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만이 들리는 교차점에서
너와 난 마주쳤다.
사소하리만큼 작은 움직임들을 잠재우고
비에 젖은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너와 난
시간의 공백을 메워나갔지만
그 공백의 끝이 내가 알지 못하는
수평선 너머로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어느덧, 빗소리는 멈추고
흩어져있던 고요함의 무게가 느껴졌다.
소리 없는 무게의 짐을 지고
너와 난 서로에게 다가갔고
너의 무게와 나의 무게는
다르지 않아 보였으니
이윽고, 마음의 안식을 찾은듯한
너의 젖은 손이
내 얼굴을 매만지며
다시 한번 나를 적시고
난 그 손에 기대어
내 눈물을 너와 함께 흘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