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그 후, 갑작스레 찾아온 선택의 순간

17. 무엇이 정답인지 모를 땐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by 홍홍

정답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믿는다. 우리는 세상이 던진 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고민을 하고 결국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실천을 통해 증명해 나간다.


17년 9월 예상보다 일찍 취업에 성공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학생의 끝을 준비하고 있던 나에게, 회사 멘토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홍홍씨, 잘 지내고 있죠? 시간 될 때 잠깐 통화 가능해요?" 전화를 드렸더니, 멘토님께서 "혹시 한 6개월 더 빨리 입사할 수 있어요? 18년 7월이 아닌 1월에 입사 가능한가요?" 깜짝 놀랐다.


실상은 이랬다. 조직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우리가 있던 조직이 없어질 수도 있어, 팀장님께서 이왕이면 내가 일찍 들어왔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난 속으로 "설마 조직이 그렇게 쉽게 바뀌나...? 멀쩡한 조직이 왜 갑자기 없어져?"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회사 들어와서 보니, 조직은 정말 심심하면 바뀐다. 무슨 하루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조직변경 공문이 내려온다. 없어지고 새로 생겨나는 조직이 비일비재하다.)


사실 난 17년 3월 인턴에 지원할 때, 최종 입사를 18년 7월로 하였다. 공학 2개를 전공하기에 5학년 1학기까지 다녀야 졸업을 할 줄 알았고, 5학년 1학기인 18년 상반기까지 학교를 다니고 입사를 하려 했다. 그런데 취업이 확정된 이후, 남은 졸업 학점 계산을 해보니깐, 18학점을 다 채워 들으면 17년 겨울에 졸업이 가능했다. 즉, 17년 9월에 최종 합격 발표가 나고, 입사까지 나에겐 10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당연히 나중에 입사해야지 왜 그걸 고민하냐고 했다. 심지어 이미 입사한 여자애한테서 "미쳤냐고ㅋㅋㅋ 아직 자세가 안되어 있네? 지금 일하고 있는 사람한테 예의가 없네ㅋㅋ 대체 그걸 왜 고민해? 영혼까지 다 팔아서 비행기 티켓부터 끊어야 되는 거 아니야? 내가 대신 끊어줘?ㅋㅋㅋ"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바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ㅎㅎㅎ…….


하지만 당시에 나는 입사하면 꼭 그 팀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7주간의 짧은 인턴이었지만 팀원들이 너무나 좋았고, 이분들 밑으로 들어가면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한 번 꿈을 접었던 데이터 분석도 이분들과 함께라면 계속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그렇기에 고민했다. 6개월의 자유시간을 포기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지, 아니면 나중에 어떤 일을 할진 모르지만, 꼭 가고 싶었던 여행을 갈지 선택의 순간이었다. (혹시나 배부른 고민이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ㅎㅠ)


선택의 순간에서 전형적인 정답이 없는 고민을 일주일째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집안 거실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오셨다. 근심이 가득한 나의 표정을 보시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빠가 회사 생활을 30년 가까이 해보고 조금더 살아보니깐, 무언가를 선택할 때 정답이 있었던 적보다는 없었던 적이 훨씬 많았던 거 같아. 너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존중할 테니깐, 내년 7월에 입사하게 되면 정말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신나게 놀아. 그리고 나중에 너가 선택한 것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

아버지의 이 말을 듣고 뭔가 짠했다. 그동안 별로 들어본 적 없었던 경험에서 나오는 진중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며칠 뒤, 멘토님께 원래대로 18년 7월에 입사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이후, 6개월 동안 대만, 뉴질랜드, 호주, 프랑스, 스페인, 캄보디아 6개의 나라를 여행했다. 하지만 선택엔 기회비용도 존재했다. 18년 4월, 여행 중에 멘토님에게 연락이 왔다. 정말로 팀이 해체됬다. 진짜 그 짧은 10개월 사이에 이렇게 되는구나... 그분들은 '빅데이터'란 큰 조직으로 이동하면서 각 팀으로 흩어졌다.


결국 나는 입사 후, 새로 팀 배정을 받아 '데이터 분석'과는 전혀 상관없는 'IT시스템 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그리고 3년 차인 지금, 아직도 같은 일을 하고 있고 데이터 분석은 전혀 하지 않는다. 처음 생각과는 다른른 일을 하고, "대체 이걸 왜 이렇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때 그 선택을 후회하곤 한다. "차라리 6개월 더 빨리 입사할걸...."


사실, 살면서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은 20대가 조금만 지나도 알 수 있다. 보편적이고 도덕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엇을 선택하는 데 있어 정말 정답이 없다. 나 역시 정답이 없는 세상 속에서 매일매일 고민을 하며 살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다. 어쩌면 인생의 정답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때 그 선택으로 신나게 놀았으면 된 것이다. 늘 후회를 할 때마다 내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4년 전 그때 난, 그때의 시간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거야. 그럼 됐어. 지난 선택은 그냥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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