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Day3, 새로운 만남
오늘은 순례길에서 마주하는 첫 대도시인 팜플로나로 가는 날이다. 순례길을 산티아고까지 완주하는 사람이라면 몇 개의 큰 도시를 지나간다. 팜플로나, 로그로뇨, 부르고스, 까리온, 레온, 폰페라다, 싸리아 정도이다. 보통 큰 대도시라 하면 이 7개를 의미하며, 수십만의 인구가 살고 있다. 그 외는 대부분 아기자기한 도시이며, 정말 시골 같은 도시도 많다.
보통 순례자들의 일과는 새벽부터 시작한다. 새벽부터 오후 1시쯤 도착하며, 점심을 먹고, 빨래를 하면 하루 일과가 끝이다. 다르게 말하면 잠들기 전까지 딱히 할 게 없다는 얘기인데....ㅎ 대도시에서는 주로 관광을 많이 한다. 순례자들이 꼭 열심히 걷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 24시간 중에 걷는 시간은 6~7시간 정도로 보면 된다.
오늘 새벽에는 모두 출발을 따로 했다. 졸린 몸을 이끌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쭉 걸어갔다. 한 10분쯤 걸어갔을까. 조금씩 다시 어깨가 아파지고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뭐 뒤따라 오겠지..!!" 한 5분 더 걸었을까?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는데, 역시나 길을 잘못 들었다. 중간에 옆에 산으로 올라갔어야 했는데 그냥 쭉 간 것...
어차피 뒤쳐진 거 정말 천천히 걸어갔다. 오늘은 걷다가 전에 1일 차 때 피레네에서 잠깐 봤던 여학생을 만났다. 그 친구는 당시 24살이었고 연극영화과 출신인데, 자기 멘토님인 교수님이 10년 전에 순례길을 오고 추천해주셔서 왔다고 한다. 유럽여행도 하고 싶어 20일 정도만 걷다가 갈 생각이라고 한다.
그렇게 한국인 학생 1명을 또 새로 만나 3명에서 만났다. 남학생이 걷다가 어제 알베르게에서 외국인들이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우리 셋은 공감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한국인이 정말 많다. 정말 걷다 보면 매일 한국인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많고, 알베르게를 가면 한국인들이 꼭 있다. 한국과 달리 여행지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은 서로 반갑기에 결국 모이게 되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술을 같이 기울이는 순간 웃음과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이런 시선을 안 좋게 보는 외국인들도 분명 있고, 어떤 외국인들은 그래서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알베르게를 피해서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 셋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서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고, 각자 팜플로나까지 걸어갔다. 팜플로나는 대도시라 해서 나는 굉장히 기대하고 갔는데, 내가 생각한 것만큼 감명 깊은 곳은 아니었다. 도시는 확실히 크고 이곳저곳 구경을 했지만, 딱히 찍은 사진도 별로 없었다. 오히려 그 도시에 파는 라면이 더 감명 깊을 정도였다. 유럽에서 만나는 라면은 항상 기분이 좋았는데, 여기서 만나는 라면은 더 기분이 좋았다.
내일은 새벽 4시에 혼자 한 번 출발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