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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Jul 26. 2019

모기는 왜 아이들만 무는 걸까?

어쩌다 보니 지난번 바퀴벌레에 관한 글에 이어 또 벌레 이야기하게 되었다. 바퀴와 함께 '집안의 불청객'계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모기에 대한 것이다.


모기는 날이 밝을 때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다 밤에 불을 끄고 누우면 어둠 속을 비행하며 우리를 괴롭히는데 때로는 그것 때문에 잠을 못 이룰 정도다. 팔다리를 내어주는 것까진 그렇다 치지만 잠이 들려는 순간 '위잉~' 하고 특유의 소리를 내며 귓가를 스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든다. 잠도 다 깨버린다. 군대에서 야간 근무를 하라고 선임들이 깨워줄 때에도 이렇게 빨리 움직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참 대단한 녀석이다.


모기와의 숨바꼭질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녀석을 잡지 못하면 재차 날아들어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기는 크기도 매우 작고, 막상 불을 켜면 어두운 곳으로 몸을 숨기는 탓에 잡아내는 것만만치 다. 어떤 날은 결국 찾지 못하고 포기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어김없이 다음 날 아침, 배불리 식사 마치고 천장에 붙어 한가하게 쉬고 있는 모기를 발견하게 된다. 노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이다.


그 분노는, 아이들이 모기에 물린 것을 뒤늦게 발견했을 때 배가 된다. 그 조그만 아이들에게서 뽑아먹을 게 뭐가 있다고.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이놈들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내와 내가 더욱 속이 상하는 건 첫째가 모기에 물렸을 때다. 피부가 민감한 편인 건지 모기에 물리면 유난히 많이 부풀어 오르고, 그만큼 많이 가려워하는 첫째. 벅벅 긁어대면서 울상을 짓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세상의 모기는 다 박멸해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와중에 또 어이가 없는 건, 휴일에 가족끼리 어딘가로 놀러 갈 계획을 세우고 떠날 날이 다가오면 하필 모기 녀석들이 첫째에게 들러붙어 사고를 쳐놓는다는 점이다. 그것도 팔다리가 아닌 얼굴, 특히 눈 주위집중 공격해 마치 누구에게 맞은 것 같은 몰골을 만들어 놓는다.

첫째가 돌이 막 지났을 무렵의 사진이다. 이 지경이 되어 밖에 나가면 사람들 "어머!" 하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최근에도 첫째는 몹쓸 모기 녀석에게 피해를 입었다. 여름휴가를 불과 이틀 앞두고 말이다. 여행지에서 찍을 사진 속 첫째 얼굴이 모기 물린 자국으로 울긋불긋, 퉁퉁 부어있을 거라 생각하니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듯했다. 아내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아과를 방문해 연고와 먹는 약을 처방받아왔다. 모기 물린 걸로 병원을 가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 하루 이틀 지나니 부은 피부가 많이 가라앉았다. 다행이었다.


바퀴벌레에 대한 나의 감정이 혐오라면 모기에 대한 그것은 분노일 거다. 아이 얼굴을 흉하게 만들다 못해 간지러움까지 잔뜩 안겨주다니.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생각해도 또 화가 난다. 같은 공간에서 잤는데도 왜 아이만 피해를 보는 걸까. 게다가 하필 얼굴 부위만 집중 공격을 당하는 건지 답답하고, 궁금해졌다.




"아기들 피가 맛있(?)나 봐."


이런 일들을 반복해서 겪으면 흔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간단히 검색으로 찾아볼 수 있는 정보에 의하면 딱히 아이들 피가 달아서(?) 그런 건 아니라고 한다. 다만 모기는 우리 몸에서 배출되는 땀의 주성분인 수분, 젖산, 아미노산 등을 감지해 흡혈 대상을 찾아내는데,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신진대사가 활발해 모기를 유인하는 물질 많이 뿜어낸다고.


평소 본인이 모기에 유독 많이 물리는 편이라면 '아, 내가 신진대사가 활발한가 보구나.' 하고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보 것도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그래도 모기 녀석들이 용서가 되진 않겠지만.)


모기에 대한 또 다른 의문점 하나.


"배고프면 조용히 피 빨아먹고 갈 것이지 왜 하필 귓가에서 귀찮게 구는 거야? 잠도 못 자게."


이건 잘 알려진 얘기일 수도 있다. 나도 내용을 찾아보니 어딘가에서 봤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유인즉슨, 모기를 유인하는 또 다른 물질 중 하나가 이산화탄소인데 사람들이 호흡할 때 그것을 내뱉기 때문에 모기들이 얼굴 주변으로 모여든다는 것이다. 첫째가 하필 얼굴을 자주 공격당했던 것도 이제 이해가 된다. 참... 호흡기를 틀어막고 잘 수도 없고, 답답할 따름이다.


우리는 자구책으로 모기장을 장만했다. 큼직한 원터치 텐트같이 생긴 것을 거실에 설치하고 주로 아내와 첫째가 들어가서 잔다. 다행히 그 이후로는 모기의 습격을 받은 일이 없다.


하지만 모기장도 100% 안심할 순 없다. 모기장 안팎을 드나들다 나도 모르는 사이 모기가 들어올 수도 있고, 또 자면서 몸부림을 치다 팔다리가 모기장 밖으로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렸을 때 시골 외할머니 댁에 놀러 가서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시골은 모기가 많아 모기장이 필수다. 외할머니 댁에도 파란색 모기장이 있어 그 안에 들어가 안심하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 보니 한쪽 다리 전체가 모기에 물려 온통 빨갛게 부어 있었다. 몸을 뒤척이다 나도 모르게 다리를 모기장 밖으로 노출시킨 모양이었다. 그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껏 사람의 신체부위가 그렇게 모기에 많이 물린 걸 본 적이 없다. 적어도 20곳 이상은 물렸던 것 같다. 간지럽다 못해 다리가 아플 정도였다.


신기했던 건 당시 외할머니께서 정체불명의 연고를 듬뿍 덜어 내 다리에 바르시고는 하루 종일 손으로 문질러주셨는데, 하루가 지나자 눈에 띄게 피부가 진정되었다는 거. 그 약의 정체가 뭐였는지 매우 궁금하지만, 그게 뭐가 됐든 외할머니의 정성이 없었다면 그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외할머니는 20년도 더 지난 당시의 일을 기억하고 계실까. 사실 나도 모든 게 뚜렷하게 떠오르진 않는다. 하지만 내가 모기에 물린 걸 대수롭게 넘기지 않으시고 따뜻하게 돌봐주시던 외할머니의 그 마음만큼은 온전히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모기와 일찌감치 악연을 맺고 있는 첫째는 훗날 '모기' 하면 어떤 기억들을 떠올릴까. 모기 때문에 고생했던 일들이 먼저 생각나더라도 결국은 잔잔하게 미소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망할 모기 놈들!!'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가 외할머니에게 받은 사랑 이야기로 끝을 맺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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