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이 잘 안 써진다. 일주일에 한 편은 쓰려고 했는데 마지막 글을 올린 지 2주가 됐다.
누군가 그랬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을 땐 ‘오늘은 쓸 말이 없다’는 글을 쓰면 된다고. 그럼 글을 쓸 수 있다고.
오늘의 브런치는 그래서 써보는 글이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라서.
첫째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글 쓸 거리가 많아지겠구나, 싶었는데 오히려 정반대였다.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는 아이와 생활하다 보면 ‘이건 나중에 글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퇴근 후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아무리 짧았어도 매 순간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아이들과 하루 종일 부대끼는 지금은, 똑같은 하루가 매일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속에서 어떤 일이, 어떤 생각이 글이 될 수 있을지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아이와 이토록 많은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글감이 없다니. 이상한 일이다.
왜 그런 걸까. 일단 코로나 핑계를 대본다. (요즘은 뭐든 코로나 탓이니까.)
육아휴직을 시작한 이후 내 일상은 가족, 그리고 집안일로 모두, 완벽하게 채워졌다. 코로나 사태는 안 그래도 좁은 육아 대디의 활동 반경을 더욱 좁혀 놓았다. 여행은 물론이고, 가벼운 외출에도 많은 제약이 생겼다. 일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하는 일도 늘 똑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차리고 아이들과 놀아주다 점심 먹고, 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간식 먹고 놀고 또 저녁 먹고. 요즘 유행하는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리고)’이란 말을 몸소 겪어야 했다.
복직과 동시에 재택근무 중인 아내와 한번씩 첫째를 전담마크 해주시는 장인어른, 장모님 덕에 독박육아는 면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과 어린이집 휴원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 심적으로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밤 9시쯤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나면 비로소 나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예전 같았으면 이 시간이 글을 쓰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었을 텐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부터 12시간 넘게 아이들이 발산하는 기를 받아내다 마침내 맞이하는 ‘육퇴’의 시간. 그날의 육아를 복기하며 글을 쓰기보다는 그냥 별일 하지 않고 머리를 비우는 쪽을 택했다.
내가 글을 쓰지 못한 건 어쩌면 진짜 '글감이 없어서'라기 보다 그냥 글 쓸 마음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그래도 브런치 글 발행이 뜸해진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2주 만에 겨우 글을 쓰고 있는데,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참 집중이 안 된다. 육아휴직 한 지 고작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브런치 글쓰기가 위기를 맞은 것 같다.
글은 자주 쓰지 못하지만, 육아휴직한 아빠 역할에는 충실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써놓고 보니 글에서 어두운 기운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아 (굳이) 덧붙여 본다. 육아휴직은 당연히 잘 한 선택이라 생각하고 당연히 만족하고 있다.
음. 이 글의 끝맺음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다음번에는 좀 더 유쾌하고 밝은 육아 글을 (스스로에게) 기대해 보며 여기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