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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Mar 23. 2020

가정보육은 아이에게도 스트레스인 걸까

한 일주일 전부터 첫째의 목 상태가 심상치 않다. 발열이나 기침이 있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은 아니지만 목이 답답한지 연신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목이 아파? 많이 불편해?” 하고 물어봤을 뿐, “왜 계속 그런 소리를 내냐”며 타박하지 않았다.


구멍에 뭔가가 계속 걸려있는 기분. 아무리 목을 가다듬고 빼내려고 해도 제거되지 않는 불편함. 


첫째가 명확히 얘기하지 않아도 왜 그러는 건지 너무 잘 알 것 같았고, 그래서 일단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 것이었다.


지금의 첫째에게 나타나는 건 사실 나에게도, 그것도 꽤 어렸을 때부터 있었 증상이었. 내가 목이 답답해 헛기침을 하면 그걸 들은 주변의 몇몇 어른들 내 속도 모르고 무조건 “그런 소리 내는 거 아니야. 참아봐”라고 다그치곤 했다.


나는 그게 그렇게 서운했다. 나도 러고 싶어서 그랬던 게 아닌데.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쓸수록 목 안의 이물감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래도 사람들이 싫어하니 어떻게든 드러내 않으려 애썼다. 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생각 하지 못했다.


제때 치료를 받지 않아서인지 어느새 좋지 않은 습관이 되었다. 30대 중반이 넘은 지금어김없이 헛기침을 하면서 산다.


이렇게 안 좋은 모습만은 닮지 않길 바랐는데, 유전자의 야속한 대물림것일까. 첫째의 헛기침 증상은 며칠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았다.


나처럼 방치해둘 수는 없었다. 이비인후과에 보냈다. 두 차례에 걸쳐 비염약, 기침가래약 등을 처방받아왔다.


그런데 약을 먹고 목 상태가 좀 나아진 건가 싶다가도 첫째는 돌아서면 또 헛기침을 했다. 나처럼 성인이 될 때까지 저러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세 번째 병원 방문. 병원에 같이 갔던 아내에게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의사 선생님은 첫째의 목 상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단다.


그리고는 첫째를 치료실로 먼저 내보낸 뒤 아내에게만 조용히 첨언을 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대략 이랬다.


"그렇게 헛기침을 심하게 할 정도의 목 상태가 전혀 아니에요. 혹시 동일한 상황에서 증상이 계속 나타나나요? 왜 그러냐 하면 이게 심리적인 요인, 그러니까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거든요."


아내에게 이 말을 전해 듣는데 마음이 좀 안 좋아졌다.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가 만약 사실이라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최근의 상황이, 아내와 나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다는 얘기일 테니까.


지난 3주간의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아이가 집에 있는 동안 지루해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우리 부부에게 돌아오니, 아이가 최대한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나름 신경을 썼다.


그렇다고 다섯 살 아이의 고집과 가끔 터져 나오는 짜증, 떼 부림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었다. 그럴 땐 아무래도 아이에게 단호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고, '허용' 보다는 '거절'의 말들이 앞섰다.


그러면 아이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 못하게 하는 엄마 아빠가 원망스러웠는지, 를 쓰다 울음을 터뜨리는 일도 많았다.


생각해 보니, 가끔은 이런 말도 했다.


“엄마 아빠는 다 마음대로 하면서! 나는 왜 마음대로 못하게 해!”




멈출 줄 모르는 코로나19의 확산. 거듭 연장되는 어린이집 휴원. 그로 인해 늘어나는 가정보육 기간.


나는 이 모든 게 어른들이 힘든 일, 그래서 오롯이 어른들이 감당해내야 하는 일인 줄만 알았다. 아이 입장에서 바라봤던 거라곤 ‘애들이 좀 뛰어놀아야 하는데, 집에만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심심할까’ 정도였다.


갑자기 변화한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 하루 종일 집에서 부모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스트레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차마 하지 못했던 거다.


첫째의 헛기침이 심리적 이유 때문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참에 내가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아이에게 스트레스 유발자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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