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한의원에 간다. 비염 외에도 고질병 하나가 더 있는데, 그걸 치료하기 위해서다.
나에게 '나쁜' 습관이 하나 있다. '흠흠' 소리를 내며 헛기침을 하는 것이다. 꽤 자주, 목구멍에 뭔가 걸린 것처럼 답답한 느낌이 들고는 하는데, 침을 삼켜도, 따뜻한 물을 마셔봐도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다.
헛기침을 한다고 해서 뭔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딱히 가래가 껴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잠시라도, 아주 잠시라도 답답함을 해소해 보고자 '흠흠' 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이물감이 심한 날에는 숨 쉬는 것까지 불편해진다. 헛기침 소리는 더욱 커진다. 혼자 있을 때야 상관없지만, 그게 상황에 따라서는 주변 사람들을 거슬리게 하기도 한다. 기침이야 누구든 할 수 있는 건데 뭐 그게 대수냐고?
모두가 조용히 업무를 보는 사무실이나, 집중해서 공부해야 하는 도서관에서 누군가 계속 헛기침을,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해댄다면 어떨까. 헛기침이 아니라 '소음'으로 느껴질 것이다. 나 때문에 괜히 다른 사람들까지 불편해지는 거 아닐까 생각하면, 스트레스는 배가 된다.
목 안의 이물감은 사실 꽤 오래된 증상이다. 20년은 달고 살아온 것 같다. 치료해야 할 '질환'인지도 모른 채로 말이다.
초등학생 시절 있었던 일이다.
미용실에 머리를 자르러 간 날이었다. 집 앞에 4층짜리 대중목욕탕 건물이 있었는데, 1층에 미용실이 있었다. 엄마가 자주 가시던 단골집으로, 이전에도 몇 번 따라 간 적이 있던 곳이었다. 당연히 미용실 아주머니와도 알고 지냈다.
어쨌든, 머리를 자르기 시작하는데 목이 또 답답해졌다. 여느 때처럼 헛기침을 했다. 평소엔 아무 말 않으시던 아주머니께서 그날은 머리 자르는 걸 멈추시더니 훈수를 두셨다.
"그런 소리 내는 거 아니야. 한 번 참아 봐. 한 5분만 참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참아 봐."
나의 '나쁜 버릇'을 한 번 고쳐보겠다는,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말이었다. 어른이 말씀하시니, 한 번 참아보았다. 너무 답답했지만, 참을성 없는 아이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기침하고 싶은 욕구를 꾹 누르며, 5분을 버티는 데 성공했다.
아주머니께서 흐뭇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그것 봐. 충분히 참을 수 있지?"
아니오. 억지로 참다가 기절할 뻔했습니다. 하하.
라고 대답해드렸어야 하는데. 멋쩍게 웃어넘겼던 게 후회된다. 당시 나에게 그 5분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니까 말이다.
그때 나는, 내가 헛기침을 하는 것이 큰 잘못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최대한 숨겨야 하는 '나쁜, 잘못된' 습관인 줄로만 알았다. 내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미용실 아주머니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나에게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니?" 라고 물어봐주지 않았으니까.
어떤 행동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에 대해 너무나 쉽게 지레짐작하고, 판단하고, 평가한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게 '진짜 이유'란 없는 것이 돼 버린다.
내 '나쁜' 습관의 정체는, 아직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한의원에서는 매핵기, 후비루 등의 용어를 언급하며 치료를 해주고 있는데, 큰 변화를 느끼진 못하고 있다. 의사 선생님은 워낙 오래전부터 그랬던 거라 장기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금방 나아지지는 않을 거란 말도 덧붙였다.
나는 이걸 고칠 수 있을까.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뭐, 괜찮다. 나에게 나타나는 증상이, 내가 참을성 없는 아이여서 그랬던 게 아니라는 것을, 나 말고도 이런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알게 됐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