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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Dec 28. 2018

커피를 끊어보기로 했다

나에게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시기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였다. 어느 날 숨 쉬는 게 불편할 정도로 코가 답답해서 집 근처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담당 의사가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해보자고 해서 알게 됐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중에 가장 심했던 건 '집 먼지 진드기'였다. 집에 먼지가 많거나,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알레르기 반응으로 코가 부어서 숨 쉬는 게 답답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꽤 오랜 기간, 그 병원에서 면역 치료를 했다. 면역 치료는 뭐 특별한 건 아니고, 내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물질(?)을 꾸준히, 조금씩 주사해서 내 몸이 면역 체계를 형성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었다.

한창 주사를 맞으러 다닐 때에는 괜찮았던가. 잘 모르겠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진지하게 내 몸의 변화를 관찰하지 않았다. 몇 달간 치료를 더 받다가 자취방을 직장 근처로 옮기면서 병원 방문이 뜸해졌다. 비염 치료도 손을 놓게 됐다. 그렇게 6년을 보냈다.


비염은 환절기마다 나를 괴롭혔다. 때로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특별히 치료를 받거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2018년은 그 어느 때보다 이비인후과에 자주 갔던 해였다. 코가 답답하다 싶어 풀어보면 피 딱지가 묻어 나왔다. 문제는 그렇게 코를 풀어도 시원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호흡'은 기본인 것인데, 숨 쉬는 게 답답해지니 정말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조치를 취해보기로 했다. 

물론 미세먼지도 내 비염 증세를 악화하는 데 일조했을 테지만, 그건 내 통제 범위 밖에 있다. 기껏해야 마스크를 쓰거나 외출을 자제하는 방법이 있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커피를 끊어보기로 했다.

© nate_dumlao, 출처 Unsplash

왜 하필 커피인가?

사실,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했던 이비인후과에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비염 있는 사람이 커피와 같이 카페인이 든 음료를 마시면 코 점막이 마르고 건조해질 수가 있어서,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당시엔 '커피를 어떻게 끊냐...' 하면서 흘려 들었는데, 몸이 힘들어지니 그때 그 얘기가 요즘 생각이 많이 난다.

커피를 끊는다고 해서 사실 비염 증세가 확실히 좋아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요새는 워낙 미세먼지가 많기도 하고 건조하기까지 해서 커피만이 비염을 악화하는 원인이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커피가 본인 몸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면밀히 살피고 섭취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http://www.segye.com/newsView/20150129019387


그래도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일단 나부터 변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매일 하루에 한두 잔, 습관처럼 마셔왔던 커피를 끊은 것이다. 마음먹고 실행에 옮긴 날이 11월 22일이었으니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중간에 디카페인 커피 한 잔 먹었던 건 안 비밀...)


아직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그나마 좀 나아진 건 코가 아닌 다른 부위다. 배에 가스 차는 일이 많이 줄었다. 커피만 마시면 배가 부글부글 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일이 거의 없다.


비염과의 싸움은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이제 고작 한 달 지났을 뿐이니까,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커피 끊은 보람이 없다 싶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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