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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Nov 13. 2020

클래스101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한 달 전, 인스타그램에서 그림 그리는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글을 브런치에 올렸습니다. 브런치에 글만 써오던 제가 어떻게 하다 그림 작가로 방향을 틀게 됐는지, 어떻게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요.


https://brunch.co.kr/@heopd/170


글을 어떻게 끝낼까 하다가, 미래에 대한 기대를 언급하며 희망 찬 열린 결말을 짓기로 하고 이렇게 썼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하면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궁금하다. 설렌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저는 보통 글을 쓸 때 시작과 끝을 미리 구상해두지 않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쓸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일단 무작정 써 내려가는, 다소 대책 없고 무자비한 방식의 글쓰기를 합니다.  글을 쓸 당시에도 그랬습니다. 마지막 문장 역시 단연 즉흥적인 것이었지요.


거짓으로 쓴 글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 앞에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했던 것 또한 전혀 아니었습니다. 글을 올릴 당시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500명이 채 되지 않았던 상황이었거든요. 제 그림을 보고 누군가 연락을 해온다는 건 팔로워가 수천 명, 몇 만 명은 되어야 가능한, 먼 미래의 일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놀랍게도 브런치에 글을 올린 바로 다음 날 일어났습니다. 정말 ‘글’이란 것엔 무슨 신비한 힘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얼렁뚱땅 몇 마디 문장이 온라인 공간에 공개되기가 무섭게 저는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인터뷰 제안을 받게 됩니다.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온 분은 클래스101에서 영상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PD님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클래스101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입니다. 사람들이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온라인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 곳이죠. 제가 수강했던 아이패드 드로잉 강의도 클래스101에 있던 것이었습니다.

@ CLASS101

http://instagram.com/lazy.drawing

인스타그램에 그림 계정을 열었던 건 클래스를 50% 정도 수강했을 때였습니다. 이후 수업을 진행해주신 귀찮 작가님 뿐만 아니라 같은 클래스를 듣고 있는 수강생들과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조금씩,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지내게 됐는데요. 그게 꽤 활발해져서 클래스101 측에서도 모니터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저희 가족들 캐릭터를 만든 뒤, 그리기 쉬운 한 컷 만화에서 시작해 한 편 당 분량을 점점 늘려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요. 제가 올린 콘텐츠를 좋게 봐주신 클래스101 PD님이 저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다며 연락을 주신 겁니다.


직장에서는 항상 카메라 뒤에서 질문을 던지는 일을 했었는데, 막상 카메라 앞에 서 달라는 요청을 받으니 처음엔  조금 겁이 났습니다. 내가 얼굴까지 공개하면서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딱히 남들보다 뛰어난 것도 없는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횡설수설해서 편집으로 어떻게 못 할 정도로 내가 다 망쳐버리는 건 아닐까.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섰지만, 실명으로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에서 딱 한 발짝만 더 나가보자는 심정으로 인터뷰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제가 하겠다고 결정하니, 이후 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더군요. PD님과 전화로 사전 인터뷰를 했고, 곧장 인터뷰 촬영 일정과 장소도 정해졌습니다.


그렇게 처음 인터뷰 제안을 받은 뒤 촬영을 하기까지 10일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에겐 너무나 큰 일이었는데, 어떤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휘리릭 하고 정신없이 지나가버렸네요.


인터뷰 영상은 촬영한 지 3주 정도 지난 뒤 받아볼 수 있었는데요. 이것도 참,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라 그런지 기분이 오묘하더군요. 자랑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쑥스럽고 숨고 싶은, 아무튼 이상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여기저기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좀 더 큰 관계로, 브런치에도 슬쩍 올려놓고 가겠습니다:)

https://youtu.be/O9FP5tT4qrQ

오늘 못다 한 인터뷰 뒷이야기들은 다음번에 또 글로 써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일이었던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http://instagram.com/joons.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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