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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Sep 17. 2018

유모차는 왜 '유모차'일까?

중앙일보에는 '우리말 바루기'라는 작은 섹션이 있습니다. 쉽게 틀리기 쉬운 우리말 맞춤법이나 뜻을 잘 모르고 흔히 쓰는 한글 표현에 대해 설명해주는 글이 실립니다.


생각해보면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하면서, 단어 자체의 어원이나 의미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신문이나 책에서 한자를 병기하지 않으니, 한자어로 된 우리말 단어들도 한글 그 자체로 인식하고 사용하게 되는 것이죠.


제가 봤던 글 중에 눈에 띄었던 건 '유모차'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2018.07.05)' 중
유모차(乳母車)란 단어 속에는
아이와 엄마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어
마치 엄마만 유모차를
끌 수 있는 것처럼 비친다.


워낙 한자어가 많은 우리말이다보니 거기에 익숙해져서, 어떤 게 순우리말인지 한자어인지 잘 생각해보지 않게 되는 게 사실인데요. '유모차'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유모차는 그냥 '유모차'. 모두가 예전부터 그렇게 불러왔던 단어이기 때문에 이상하게 여겼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자어였다니, 게다가 '유모차'에서 '유'와 '모'가 의미하는 것이 '아이와 엄마'라니. 육아는 당연히 엄마의 몫이라 여기는 뿌리 깊은 인식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단어를 바꿔 부르는 것은 어색하기도 하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편한 일일 수 있습니다. 당장 그렇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당연하지 않은 걸 당연히 여기고 있을지 모르는 우리의 인식에 대해 한 번 쯤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아내가 없을 때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가는 것을 꺼려 하거나, 나가더라도 스스로 어색하게 느끼진 않았는지, 또 그런 아빠들을 보고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 적은 없었는지.


유모차가 '유모차(乳母車)'인 게 당연하지 않듯이, 육아도 엄마들만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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