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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Jan 24. 2022

더 이상 육퇴에 집착하지 않기로 한 이유

나는 야행성이었다. 모두가 잠든 시각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다. ‘아침형 인간’, ‘새벽 기상’과 같은 표현이 유행할 때에도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결혼하고 육아를 하면서부터는 밤잠을 더 줄였다. 아이들이 깨어 있는 동안에는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없으니, 그렇게 해야만 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이들이 크면서 취침시간이 조금씩 뒤로 밀렸다. 9시에서 9시 반으로, 10시에서 10시 반으로. 나의 밤 시간이 쪼그라들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새벽 기상을 고려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잠이 많았으니까… 난 안 될 거야..’라고 생각했다. 새벽 2, 3시가 되어야 잠자리에 드는 날들이 이어졌다.


시간을 낭비하진 않았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나름대로 생산적인 일을 했다. 하지만 그건 ‘늦게 잔다’는 사실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일 뿐 피로감까지 해결해주는 건 아니었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겼다. 아침에 눈 뜰 때부터 힘이 드니 극도로 예민해졌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툴툴거리는 일이 늘었다.


일의 효율도 떨어졌다. 그림 그리는 일도 어느새 꾸역꾸역 해나가고 있었다.


새벽 기상은 그렇게 필연처럼 다가왔다. 강한 결심에 의한 것이었다기보다는 정말 필요해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일이었다.


하루는 정말 못 버티겠어서 아이들과 함께 자버렸다. ‘이따 새벽에 일어나야지’라는 생각은 없었다. 오랜만에 잠을 보충하고 싶었다. 그때가 밤 10시였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몰랐는데 잠시 후 눈이 떠졌다. 캄캄한 새벽이었다. 휴대폰을 들어 시계를 봤다. 4시 30분.


아이들이 일어날 때까지 3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정신이 말똥말똥해졌다. 지금 일어나면 온전히 나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이불 밖으로 나오는 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책상 앞에 앉아 지난밤 접어두었던 일들을 했다. 그림 그리고 글을 쓰고. 미뤄두었던 인스타그램 댓글 확인도 했다. 여유로워서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곤에 쩔어 있던 밤 시간보다 몸과 마음이 훨씬 가벼웠다. 무려 네시 반에 일어나서 이렇게 생산적인 일을 하다니.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아 뿌듯했다.


그렇게 두 시간 남짓 시간을 보내니 아내가 먼저 일어났다. (참고로 아내는 직장이 멀어 나보다 먼저 출근한다. 아이들 등원은 내 몫이다.)


여섯 시 반. 나는 굉장히 너그러워져 있었다. 일찍 일어나서 나의 시간을 충분히 보낸 덕이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인덕션 전원을 켜고 계란을 삶았다. 매일 아침 식사도 못하고 부랴부랴 나가기 바쁜 아내를 위한 것이었다.


아이들 등원 준비도 여유롭게 할 수 있었다. 전기밥솥에 쌀을 안치고 심지어 간단한 요리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일곱 시 반쯤 되면 아이들이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고 나온다.


잠이 덜 깨 칭얼대며 안아달라고 다가오는 아이들. 피곤에 쩔어 일어났을 때와는 다르게 몇 번이고 따뜻하게 받아줄 수 있다.


일어난 지 3시간 정도 지나니 정신이 맑았다. 아침이 평화로웠다.


‘나만 일찍 일어나면 많은 게 좋아지는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새벽 기상에 그렇게 열광하는구나… 싶은 요즘이다.


변화와 혁신이 어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다. 언제나 성공의 열쇠는 지금 여기, 내가 살아가는 매일의 삶 속에 감춰져 있다. 남들은 잘 모르는 좋은 투자처? 그런 것은 신기루일 뿐이다. 그런 정보 열 개, 백 개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오늘 하루 당신의 작은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이번 일이 끝나면 1년간 헬스를 다니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오늘부터 매일 팔굽혀펴기를 열 개씩 하라.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앞에서 다른 사람 험담하지 마라. 자녀를 바꾸겠다며 목소리를 높여 지적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믿어줘라.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 대신 책을 꺼내 들어라.

이런 일상의 작은 절제와 행동들이야말로 성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긴요한 일임을 나는 믿는다. 돈보다 나를 먼저 세워야 한다. 나를 닦고 수련하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여야 한다.

-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중에서  




* 지난달부터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진작 브런치 구독자분들께 신고를 했어야 하는데 연말 연초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이제야 이렇게나마 알려드리게 되었네요.


** 오늘의 브런치 글은 삽화가 들어간 일상툰 버전으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에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유료 플랫폼인지라 조심스럽고 송구스럽지만 근황 전할 겸 소개드립니다. 아래 링크 클릭하시면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naver.me/FhyuEMcY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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