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일상에서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2) 10년, 20년이 지나 과거의 많은 기억들이 희미해졌을 때, 기록이 없다면 아쉬울 것 같은 일이 있나요?
- 있다면 무엇인가요?
위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꾸준한 글쓰기를 위한 준비는 다 마친 셈이다.
비록 세 줄이라는 짧은 분량의 글이지만, 내가 매일 일상 기록을 하며 살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나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동기를 가지고 글쓰기를 시도해 왔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서, 안 좋은 감정을 털어놓기 위해서 등등.
그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잘 먹혔던 건 역시나, 무언가를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글쓰기는 정말 고통스러웠다. 글을 쓸수록 실력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졌다. 목적 달성에도 거듭 실패하면서 결국 흥미를 잃었고 그만두게 됐다.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서 쓰는 - 블로그 포스팅과 같은 - 글은, 외부 요인에 휘둘리기 쉬웠다. ‘좋아요’를 많이 받거나, 블로그 방문자 수가 늘어나야만 흥미가 생겼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지속하기 어려웠다.
글쓰기가 감정 배설에 제격이라길래 해봤는데, 맞긴 맞다. 그런데 대체재가 많다는 게 문제였다. 술을 마시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아무튼 기분 전환이 되는 다른 행동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그런 목적으로 글쓰기를 계속하게 되지는 않았다.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글쓰기는 달랐다. 일단, 글을 얼마나 잘 써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기록하기만 하면 100% 목적 달성이었다.
다른 사람들 반응에도 크게 동요되지 않았다. 물론 조회 수가 오르면 기분이 좋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글로 남기는 기록을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사진? 동영상? 휴대폰에 수백 장씩 쌓여있는 그것은 내가 원하는 ‘기록’의 모습이 아니었다.
뭔가 계속 남기고는 싶고, 글쓰기 말고 방법은 없고, 그러니 계속해서 쓸 수밖에.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의 삶에서 글로 기록되어 있지 않은 시기들이 더 아쉽게 다가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살이를 시작하던 때. 공부고 뭐고, 열심히 동아리 활동만 하던 시기.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로 힘들었던 때. 사회 초년생 시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이라는 걸 그때 좀 더 절실히 느꼈더라면 나의 기록이, 삶이 더 풍성해졌을 텐데.
그때의 나를 좀 더 생생히 돌이켜 보고 싶다. 그런데 들춰볼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안타까울 일일 줄 몰랐다.
지금이라도 하루하루 열심히 기록하면서, 현재의 소중함을 있는 힘껏 만끽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