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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Nov 13. 2018

둘째 출산 전 막바지 고충들

둘째 출산 D-15.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까지 잘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현실감 없을 수가...


나는 아직 신기하다. 아내와 나 사이에 아이가, 그것도 이제는 훌쩍 커버린 세 살배기 딸이 있다는 게.


그런데 그 와중에 둘째라니. 게다가 이번엔 남자아이. 첫째 아이가 아닌, 또 다른 신생아를 품에 안게 되는 순간의 기분은 어떨까. 전혀 상상조차 안 된다.


'꿈이야 생시야?', 가뜩이나 어리바리하고 있는데 요즘은 더욱 정신이 없다. 우리 가족 모두, 동시 다발적으로다가 감기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는 2주 전쯤 한바탕 크게 앓은 뒤 많이 나아졌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비염 때문에 여전히 훌쩍거리고는 있지만.


그런데, 첫째 아이가 문제다. 1주일 넘게 감기약을 달고 사는 중. 콧물은 기본이고 기침, 가래, 발열 증세까지 있었다. 그러다 주말 사이 열이 좀 내려 '이제 다 나으려나 보다' 싶었는데 웬걸, 일요일 저녁에 정점을 찍었다.


오랜만에 중국음식을 시켜 먹은 뒤, 슬슬 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아이. 정말, 진짜, 가만히 있다가 터진 울음이었다. 놀다가 어디 부딪힌 것도 아니어서 나와 아내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왜 그러냐고 거듭 묻자 아이가 입을 열었다.


"아파... 귀가 아파..."


응? 귀가 아프다고? 갑자기 불안해졌다.

아내 말로는, 이틀 전 감기약을 받으러 소아과에 갔었는데, 감기가 오래가는 걸 보고 의사 선생님이 '중이염'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단다. 말로만 듣던 중이염이 온 것인가...


중이염은 말 그대로, '중이'라는 곳에 염증이 생긴 걸 뜻한다. 우리 귀는 해부학적으로 외이, 중이, 내이로 나뉘는데, 중이는 고막에서 달팽이관까지를 의미한다고 한다.


어쨌든, 아이의 울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병원 갈까? 그럼 얼른 옷 입고 가자~"라고 얘기했더니 냉큼 옷장 앞으로 가 털썩 앉아버리는 아이. 빨리 옷을 입혀달라는 것 같았다. 아이고... 진짜 많이 아프긴 한가 보다, 싶어 또 짠해졌다.


다행히 근처에 24시간 의원이 있어서 빨리 진찰을 받아볼 수 있었다. 진단 결과는, 역시나 '중이염'. 심하진 않지만 귀 안쪽으로 염증이 보인다고 했다.


"지금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네요."


이미 아이가 '항생제'를 먹고 있다고 얘기했더니 돌아온 답변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혹시 약 종류가 뭔지 기억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좀 더 구체적으로 답했다면 달랐을까. 다른 약 처방을 받을 수도 있었을까. 조금이라도 더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을까.


집에 있던 약봉지를 챙겨 와 볼 걸... 아쉬워하며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래도 부루펜 계열의 약이 있으면 기존에 먹던 약과 시간 간격을 두고 먹여도 된다는 고급(?) 정보는 건져와 다행이었다. 내용인즉슨, 부루펜은 보통 해열제로 쓰지만 진통제 역할도 한다는 것.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일단 병원에 가는 게 답이다. 불안하게 속앓이 하는 것보다, 다녀오면 확실히 마음이 편하다. 약이든 다른 조치 방법이든, 도움되는 것 최소 하나라도 얻게 되니 말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아내의 건강이다. 아이에게 옮은 건지 며칠 째 기침을 심하게 한다. 너무 많이 해서 배가 당길 정도라고...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 적이 있는데, 꽤 오랜 기간 낫지 않아 고생을 했었다. 이번에도 왠지 그럴 것 같다. 임신 중이라 따로 약을 쓰지도 못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


아이를 품은 배도 많이 나오고, 무거워졌다. 출산을 코앞에 두고 있으니 당연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첫째 임신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첫째 만삭 때에는 산책도 자주 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운동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조금만 걸어도 힘들어한다. 특히, 식사 후 일어나 걸을 때에는 숨도 잘 안 쉬어질 정도라고. 그럴 때마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난감하고 답답하고 안쓰럽다.




출산을 앞두고 온 가족이 다 고생이다. 얼마나 대단한 애가 나오려고 이러나. 여하튼 둘째 아이를 맞이하는 순간에는 나도 아내도, 누나가 될 첫째도 모두 건강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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