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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Nov 27. 2018

내일, 둘째가 온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 세 가족의 마지막 일상

생각보다 평범한 주말을 보냈다. 아내와 나, 그리고 첫째 딸, 셋이 함께 하는 마지막 주말이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나마 조금 달랐던 건 토요일 오전, 내가 첫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갔다는 거였다. 아빠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그 이후에 아이와 함께 하는 체험활동이 예정돼 있었다.


아침엔 폭설이 내렸다. 전날까지만 해도 눈이 내릴 정도의 추위는 아니었기에 사방이 눈으로 덮인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교육을 마치고 나와서 아내와 아이 손을 잡고 눈길을 걸었다. 하얗고 차가운 눈이 신기한지, 아이는 연신 눈을 만져보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

일요일은 미세먼지가 심했다. 이미 예고된 것이어서 우리는 작정하고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셋이서 거실에서 뒹굴거리다가, TV도 잠깐 봤다가, 사과도 하나 깎아서 나눠먹고, 늘어지게 낮잠도 자고. 더없이 한가로운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셋이 함께 하는 마지막 주말이 지나갔다. 좀 더 특별하게 뭔가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평범했지만 여유로운 그 느낌이 싫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월요일, 나는 또 출근을 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아이는 어땠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아니, 사실 조금 걱정이 됐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다. 동생이 생긴다는 게 첫째 아이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일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 그래서 아내와 나는 가끔, 아이에게 "곧 동생이 태어날 거야~"라고 언질을 해주곤 했다.

<달라질 거야>라는 책이 있다. 동생이 태어나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아이가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구입했었는데 그중 하나다.

책 내용은 좀 요상하다. 기괴스럽다고 해야 하나. 처음엔 뭐 이런 책이 다 있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계속 읽어주다 보니까 다른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 생겼을 때 아이가 느끼는 변화가 정말 이 정도로 크고, 이상한 것일까?'


평범했던 주말. 아니, 나에겐 평범하게 느껴졌던 주말이 아이에겐 어땠을까. 책에서 봤던 것처럼, 뭔가 '이상하게' 변해가는 걸 느꼈을까.


"이제 두 밤 자고 나면 엄마 동생 만나러 갈 거야~ 엄마 없어도 할머니 집에서 잘 잘 수 있지~?"라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덤덤하게 "네~" 하고 답해준다. 고맙고 기특하게 느껴진다.


그러다가도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옆에 엄마가 없으면 금세 울상을 짓는 아이. 평소에 애써 태연한 척하며 감정을 꾹꾹 누르고 있었던 건 아닌지, 아이의 그런 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온다.




어쨌든 내일, 둘째가 온다.


참 긴 시간이었다.


다 함께 잘할 수 있기를. 아내와 나, 첫째, 그리고 뱃속의 아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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