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수술 전후 5시간 동안 있었던 일

둘째 출산의 기록 -1-

by 허원준

드디어,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2.97kg의 다소 작은 체구이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왔다.

두 번째 출산은 첫째 때와 달랐다. 첫째 때는 자연 출산을 하기 위해 기다리다 예정일이 지나 수술을 결정했다. 반면, 이번에는 애초에 수술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일찌감치 수술 날짜를 잡았다. 그리고 계획대로 진행했다.


첫째 때와 출산 방법 자체는 같았지만 '제왕절개 출산'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제대로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출산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먼저 출산 당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술 전후 5시간. 긴장과 설렘, 걱정과 기대,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08:00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아침 식사는 패스. 아내는 금식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전날 저녁 식사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우리 집으로 와주셨다. 첫째 어린이집 등원을 도와주시기로 한 것. 아이에게 줄 아침밥까지 가져오신 덕에 아내와 나는 덜 분주하게 나갈 준비를 할 수 있었다.


08:40


첫째 아이와 인사를 나눴다. 여기서 헤어지면 나는 적어도 4박 5일, 아내는 병원부터 산후조리원까지 약 3주 동안 아이와 함께 생활하지 못한다. 미안한 마음을 숨기고 애써 태연한 척하며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랑 아빠는 병원 가서 동생 만나고 올게. 할머니 집에서 잘 잘 수 있지?"


그랬더니 돌아온 아이의 대답.

"네~ 동생 잘 낳고 코 자고 만나요~ 잘 낳고 와~"


씩씩한 듯 덤덤한 듯 인사해주는 첫째.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짠하게 느껴졌다.


09:05


출근 시간이라 생각보다 차가 많이 밀렸다. 예정 시간보다 5분 늦게 도착.

도착하자마자 아내는 먼저 수술 준비를 하러 병실로 들어갔고 나는 밖에서 기다렸다.


09:30


간호사 한 분이 나와서 수술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수술 과정에서 아내에게 투여하게 될 약물들, 비상시 발생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상황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서명을 했다.


09:40


수술 준비를 마친 아내가 있는 병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작된 기다림의 시간. 수술 시간은 11시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간간이 간호사, 마취과 선생님, 수술 담당 원장님이 들어오셨다. 아내와 태아 상태를 확인하고, 마취나 수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병실에는 CD플레이어와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가 구비돼 있었다. 평소 태교에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했던 게 그제야 아쉬워졌다. 블루투스 스피커에 아이폰을 연결, 유튜브에 있는 2시간짜리 태교음악을 틀었다. 잔잔한 피아노곡이었다.


태담도 많이 못해줬던 것 같아서 수술실 들어가기 전에 뱃속 아기에게 몇 마디 말도 건넸다.


"드림아~ 아빠야~ 조금만 이따가 만나자~"


그랬더니 꿈틀꿈틀 움직이는 아이. 심박수도 올라갔다. 자주 말 걸어줄 걸. 뒤늦은 후회가 몰려왔다.


10:50


마침내 수술실로 들어간 아내. 병실에 있는 침대와 함께 그대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제 발로 걸어서 갔다. 얼마나 겁날까 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평소에도 겁이 많은 사람인데. 게다가 얼마나 아픈지 이미 경험한 바 있으니 더 그렇지 않았을까.


한숨을 크게 내쉬고 병실 밖 복도로 나왔다. 그렇게 시작된 두 번째 기다림의 시간.


11:05


안쪽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짧지만 귀에 확 꽂히면서 뭔가 뭉클했다. 두 번째 출산이지만 첫째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


첫째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 나왔을 때 전혀 울지 않았었다. 간호사가 수술실 밖으로 나와서 나를 불렀을 때 비로소 아이가 태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갓 태어난 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 침착해 보였던 아이.


둘째는 좀 달랐다. 간간이 계속 소리를 냈다. 나는 언제 들어오라고 하는 걸까? 조바심이 났다.


11:10


어느 정도 수습이 됐는지 간호사 한 분이 나와서 안쪽으로 안내를 해줬다. 그의 말에 따라 초록색 수술복 같은 걸 입고 사진 찍을 휴대폰을 미리 꺼내놓은 뒤 손 소독까지 완료. 아이에게 다가갔다.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 아기가 이렇게 작았구나. 매번 첫째만 보다가 오랜만에 갓난아기를 보니까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렇다 해도, 그동안 아내 뱃속에 이 아이가 있었다는 건 여전히 믿기 힘든 사실. 엄마는 정말 위대한 존재다.

하얀 태지도 채 떨어지지 않은 아이 손을 잡고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아이를 안아보았다. 이렇게 가벼울 수가.


그 상태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나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아이가 눈을 뜨는 모습은 보지 못한 채.


아이는 인큐베이터에 4~6시간 들어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체온 유지를 위해서 그런다고 했던 것 같다.


11:40


수술을 마친 아내는 회복실로 직행. 그래서 바로 만날 수는 없었다. 대신 간호사 한 분이 나와 수술은 잘 마쳤다는 말을 전해주셨다. 원장님이 나오셔서 다른 설명 더 해주실 거라고 조금만 더 기다리란다.


그렇게 10분 정도 더 지났을까. 다른 간호사 분이 입구를 들락날락하시다가 날 보더니, "여기서 기다리시는 거예요?"라고 했다.


"네? 아, 원장님께서 더 설명해주실 게 있다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시던데요?"


내 대답에 살짝 당황하며 그 간호사 분은 상황 파악을 하러 들어갔고, 이내 다시 나와서 원장님이 갑자기 생긴 다른 스케줄 때문에 진료실로 내려가셨다는 말을 전했다. 7층 병실로 가 있으면 된단다. 아내는 회복실에서 두 시간 정도 있다가 병실로 갈 거란 말까지 덧붙였다.


그렇게 많이 기다렸던 건 아니지만 괜히, 사소한 커뮤니케이션의 오류가 서운하게 느껴졌던 순간.


12:00


또또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됐다. 아기는 인큐베이터에, 아내는 회복실에. 계속 혼자만 편하게 있는 것 같아 미안해진다. 다들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수는 없는 일. 가족들, 지인들에게 출산 소식을 전하며 시간을 보냈다.


12:30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병원에 도착하셨다. 짬을 내서 밥이라도 먹을까 했는데 그 사이 아내가 병실에 들어올까 봐 잠시 미루기로 했다. 아내는 이때 회복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병실에서 계속 대기했다.


13:00


아내가 병실로 들어왔다. 침대에 누운 채로. 그런데 얼굴을 보니, 울고 있었다. 수술대에 오르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나 보다. 병실로 들어오는 길에 장인어른, 장모님 얼굴을 보고는 더 크게 울어버린 아내.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났다.


아내는 병실 침대로 옮겨졌고,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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