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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Dec 24. 2018

키즈카페란 무엇인가

요즘 주말마다 아이와 함께 키즈카페에 간다.


아내가 산후조리원을 나온 뒤부터 다 같이 처가댁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첫째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주말이 되면 집에서 아이 둘을 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다 같이 집에 있으면 첫째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둘째에게 손이 많이 간다. 자연스레 둘째에게 집중되는 시선들. 그래서일까. 첫째가 아내와 나, 장모님, 장인어른 주위를 하루 종일 맴돈다. 관심받기 위한 행동인 것 같다. 아내가 둘째와 함께 있을 때는 그 움직임이 특히 더 활발해진다. 수유하는 엄마 옆에 착 달라붙어 있거나, 그 주변을 돌며 점프를 해댄다.


갓난아이 하나 돌보는 것만 해도 힘든데 첫째까지 가세하니 하루 종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내가 첫째를 데리고 나가 놀아주는 것이었다.




딸아이는 키즈카페에서 트램펄린을 제일 좋아한다. 흔히 '방방'이라 부르는 그것. 그날도 여느 때처럼 무아지경에 빠져 '방방' 뛰며 놀고 있었다. 점심시간 전이라 붐비지 않아 뛰어 놀기에 딱 좋았다.


오후 1~2시쯤 되니 손님이 점점 몰려들었고, 트램펄린 위에서 뛰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두 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 하나가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 골프채를 들고 들어왔다. 트램펄린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다른 장난감을 들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당시 주변에는 그걸 제지하는 직원이 없었다. 부모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별일 없겠지...?' 하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이가 슬슬 장난감을 흔들기 시작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근처에 있던 다른 아이의 엄마가 직원을 불러 주의를 줘야 할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그 직원은 곧장 남자아이에게 다가가 장난감을 달라고 말했는데, 아이는 장난감을 흔들며 장난치듯 도망가버렸다.


그런데 마침 근처에 있던 첫째. 그 남자아이와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결국 장난감에 얼굴을 한 대 맞고 말았다. 울기 시작한 첫째를 안아 달래는 사이, 직원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장난감을 빼앗았고 그게 속이 상했는지 남자아이도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된 트램펄린 놀이터. 그제야 남자아이의 엄마가 나타나 아이를 데려갔다.


나와 우리 아이는 사과 한 마디 들을 수 없었다. 그 아이의 엄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말해서 뭐하나, 생각하며 딸아이를 달래는 데 집중했다.


나라도 우리 아이에게 조심하라고 말해줄 걸. 방심했던 내 탓도 없지 않다. 사고는 방심할 때 생기는 것이거늘.




키즈카페에 가면, 아이들이 노는 동안 테이블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거나 다른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그 정도 놀이 시설이 돼 있으면 아이들은 혼자 잘 논다. 그 모습을 본 부모들은 '알아서 잘 놀겠지? 잠시 쉬어도 되겠지?'하고 생각하기 쉽다. 육아란 게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니까. 한숨 돌리고 싶은 그 마음,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키즈카페가 '부모들이 쉬는 공간'으로 여겨져선 안 된다고 본다. 시설 자체가 아무리 안전하다 해도, 아이들 사이에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몇 명 안 되는 키즈카페 직원들이 수많은 아이들의 상황을 일일이 다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설령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아이가 어디서 뭘 하는지 지켜볼 수 있는 곳에는 앉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키즈카페에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2~5세의 영유아로, 처음 보는 또래 아이들과 지킬 것 지켜가며 노는 데에 아직 미숙하다. 누가 누구를 예기치 않게 다치게 할 수도 있고, 한 장난감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거나 싸울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일들은 웬만해서 심각한 사태로 번지지는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모가 가까운 곳에서 지켜봐 주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면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을 때,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재빨리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도 그를 통해 배우는 게 있지 않을까. 보다 안전하고 재미있게 노는 법이나 남을 배려하는 법, 감정 조절 방법 같은 것들 말이다.




혹시라도 '오늘은 키즈카페 가서 좀 쉬다 와야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키즈카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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