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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Feb 19. 2019

브런치에 글을 쓰면 일어나는 일

"내가 '작가'라니?!"

얼마 전 브런치를 통해 모 일간지 인턴 기자의 인터뷰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아이와 함께 키즈카페에 다녀온 뒤 썼던 글이 있었는데, 그것과 관련해 궁금한 게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터뷰의 방향은 글을 쓸 당시의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고, 결국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아쉽긴 했지만 그보다, 나에게 이런 제안이 온다는 게 신기했다. 브런치를 통해 받은 제안 메일을 다시 열어봤다.


그런데 처음 열어 보는 메일이 아닌데도, 유독 낯설게 느껴지는 문구가 하나 있었다.


멋진 결과물이 나오면,
브런치에도 꼭 알려 주세요!


엇. 이런 말이 있었구나. 왜 지난번엔 몰랐지?


사실 브런치를 통해 제안 메일을 받았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건과는 다르게, 결과물이 있었다.




브런치에서 처음 제안 메일을 받았던 건 작년 9월의 일이다.



스팸인가.


누군가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것부터가 이상한데, '새로운 제안'이라니.


무슨 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한 채로 메일을 열었다.

스크롤을 내려 내용을 확인한 나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안 목적'란에 적힌 글 때문이었다.


제안 목적 : 출간∙기고



그 아래로는 한 기업 담당자분께서 남기신 메시지가 보였다.


당시 내 브런치에는 '아빠의 육아 휴직'에 대한 글이 몇 편 있었는데, 그걸 보고 기업 웹진에 싣고 싶다는 제안을 보내온 것이었다.


기고라니. 게다가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런 제안이 오다니.


너무 신기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위력이랄까, 후광이랄까. 아무튼 그런 것도 느껴졌다.


그렇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겠다 싶어 담당자분께 메일을 보내 해보고 싶다는 의사 전달을 했다. 이후 전화로, 메일로 자세한 사항을 안내받았고 그날부터 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고 마감까지는 일주일. 어떻게 보면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기존의 브런치 글을 토대로 재구성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또 여유 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데드라인에 맞춰 최종 원고를 전달하고 나니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쓴 글이 웹진에는 어떤 모습으로 실릴까, 기대되기도 했고

사람들이 많이 읽어주기는 할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컸던 건, '작가'로서 어떤 일 하나를 해냈다는 성취감과 만족감, 설렘과 같은 감정이었다.


그로부터 10여 일 후, 웹진이 발행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해당 웹사이트를 방문, 웹진을 열어 목차를 확인했다. 내가 쓴 글의 제목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육아휴직을 보는 아빠의 시선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해 페이지를 빠르게 넘겼다. 마침내 확인한 글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모습으로 실려 있었다.


깔끔한 디자인과 색감, 글 내용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일러스트까지. 여러 가지 시각적 요소가 더해져 잘 편집된 매거진의 형태를 띠고 있었던 것이다. '글의 퀄리티에 비해 너무 과분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웹진을 살펴보며 감탄하고 있던 찰나, 연락을 주고받았던 담당자분께 메일이 왔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응해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감사한 마음은 사실 내가 더 컸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가'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글쓰기 경력을 가진 나에게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셨으니까 말이다.

© 현대중공업그룹 웹진 <매거진 H> 10월호

다시 읽어보니 미흡한 점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써왔던 그 어떤 글보다 나에게 의미가 큰 결과물이다. 대외적으로는 처음 '작가'로서 쓴 글이자,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어 준 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어색하다.

내가 '작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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