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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Mar 14. 2019

꾸준한 글쓰기를 위해 필요한 것

'글'이 무서웠던 적이 있다. 읽는 것도 쓰는 것도, 도무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학창 시절. 내 국어 점수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극복하지 못한 콤플렉스였다. 국어를 못하는 문과생이라니.


그래도 수능 운이 좋아 원하는 대학에는 진학을 했다. 이젠 언어영역 따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하는 해방감을 느꼈다. 책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일 년 동안 읽는 책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글쓰기는 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을 때, 나는 다시 한번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더 이상 글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써내야 하는 자기소개서는 왜 그리 많은지.


더 큰 문제는 방송사에 들어가려면 논술, 작문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길이 막막했다. 궁여지책으로 학원을 다니며 벼락치기로 준비를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단기간에 글을 잘 쓰게 될 리 없었다.


방송사 취업도 1차 필기시험 단계에 막혀 줄줄이 실패했다. 그럴수록 자신감은 더 떨어졌다. 일단 취업은 해야겠다 싶어 필기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곳을 찾아다녔고, 그렇게 외주제작사를 거쳐 운 좋게 지금의 직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어려웠고, 그래서 최대한 피하고 싶었던 글쓰기.


그런데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글을 쓴다. 심지어 브런치에서만큼은 '작가' 소릴 듣는다. 당장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사는 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가 내 글쓰기 실력을 테스트하는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글을 쓰게 되다니. 내가 봐도 기가 찰 노릇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글을 써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뒤, 꾸준한 글쓰기를 위해 시도했던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무슨 글이든 일단 쓰는 것. 


먼저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한 뒤 이것저것 주제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쓰기 시작했다. 회사 일이 바쁘지 않은 기간에는 매일같이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글쓰기가 서툴러 글 한 편을 완성하는 데 한두 시간이 걸린 적도 있었지만 연연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어떻게든 쓴다’는 것이었다.


글쓰기가 두렵거나 시작하기가 힘든 건 대개 이런 생각 때문일 것이다.


'나 글 잘 못쓰는데...'


내가 글을 얼마나 잘 쓰는지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글쓰기를 먼저 시도하지 않으면서 실력이 좋지 않다며 한탄하는 건, 자전거를 타려고 해보지도 않고 자전거를 못 탄다며 두려워하는 것과 같다.


글을 쓰고 싶다면 무엇이든 일단 써야 한다. 자전거 타는 걸 처음 배울 때 일단 페달을 밟아봐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넘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야 배운다. 페달 밟는 걸 두려워해서는 절대 자전거를 배울 수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계속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있어야 계속 쓰게 되고, 실력도 차츰 나아질 수 있다. 그만큼 동기부여도 된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막막해지는 게 사실이다. 글 쓰는 게 이래저래 좋다고는 하니 무엇이든 써보고 싶긴 한데, 뭘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글쓰기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소재가 고갈돼 금세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다음에 소개할 내용이다.


둘째, 꾸준히 글로 써낼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것.


가장 좋은 방법은 관심사나 취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다. 그래야 글감 찾기가 쉽다. 예를 들어 평소에 책이나 영화 보는 걸 즐긴다면 그것에 대한 리뷰, 감상평 등을 쓰면 된다.


특별한 취미가 없다면 지금 나를 둘러싼 일상 중에서, 글로 남겨 먼 훗날까지 오래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는 그게 ‘육아’였다. 결혼 후 아이가 생김으로써 일어나는 일들은 하루하루가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그걸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이 드니 글쓰기가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생활 속에 글의 소재들이 가득했다.


단지 ‘기록하기 위함’이라면, 사진이나 동영상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글쓰기를 추천하고 싶다. 사진, 동영상을 찍어 기록하는 방법은 참 쉽고 간편하다. 오래 보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단편적인 기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글이야말로 그날 있었던 일과 당시 나의 감정을 자세히 남길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아빠로서의 육아 경험을 글로 쓰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만한 가치도 충분히 생길 거라고 믿었다.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주절주절 써봤는데,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글을 통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학창 시절이나 취업준비생일 때 글쓰기가 어려웠던 건, 그것이 당시의 나에겐 그저 수단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시험이나 취업을 위한 수단. 그것 외에는 글을 써야 할 이유가, 당시에는 없었다.


좀 더 솔직히 얘기해보면, 나는 어떠한 논술 주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정치, 사회, 경제 등 각종 현안을 보는 나의 관점이 없었다. 내가 써 내려가는 글의 내용이, 내 진심이 아니었단 얘기다. 어떤 글을 써야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지, 어떤 것이 모법 답안에 가까운지 그것만 고민했다. 그러니 매번 낙방할 수밖에.


요즘도 글을 쓰다 보면 턱턱 막히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든 끝까지 썼다 하더라도 마무리가 잘 되지 않기도 한다. 그럴 때는 글쓰기를 멈추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결국 글쓰기는, 이 질문에 대한 '진심 어린 답'을 찾는 과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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